“올해는 6월부터 진짜 위기가 닥칠 것 같습니다. 보통 7~8월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공급감소는 물론 때이른 더위 탓에 이달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거래소의 중앙전력관제센터. 관계자들이 전력수급 현황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최대전력 사용량이 6000만kW를 넘는 날이 열흘이 넘었다. 지난해에 비해 4~5% 증가한 수치다. 5월 초 예비전력 200만kw 미만인 때도 있어 예년보다 더위가 일찍 시작되면 6월 블랙아웃 시나리오는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6월 전력위기는 대형발전소의 가동중단에 따른 공급차질과 올해 늘어난 전력수요 급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총 360만kW를 생산하는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와 울진4호기(100만kW), 고리1호기(60만kW), 신월성 1호기(100만kW) 등이 화재와 점검으로 멈춰섰다. 7~8월에는 총 200만kW를 공급하고 있는 울진 3,4호기가 발전을 중단한다. 이에 반해 5월초부터 전력수요는 200~400만kW가 증가했다.
5월 1일부터 주요 시간대의 전년 같은 날 대비 전력수요가 줄어든 날은 31일 중 엿새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1~10% 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최대 공급능력은 7854만kW이며, 전년대비 90만kW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최대 전력수요는 전년 대비480만kW 증가한 7707kW를 전망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여름에는 잦은 호우로 전력 수요 증가가 평년보다 낮긴 했지만 올해는 6월부터 평년보다 높은 날이 많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기상청은 6월 상순은 동서고압대 기압배치로 맑고 건조한 날이 많아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적겠다고 예보했다. 5월초 반짝 더위 이후 평년기온을 되찾았던 날씨가 6월 접어들며 전력수급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5월부터 예비전력이 200만kW 이하가 되는 등 휴가가 집중된 8월초를 제외하면 대부분 400만kW 이하 전망된다”며 “전력수요 자체가 늘어 6월부터 폭염이 계속되면 매일매일이 위기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익종 차장은 “5월 예비전력이 500-600만kW 수준이 일상처럼 돼버렸고 6월도 전망을 해보니 녹록치 않겠다는 판단을 하게된다”며 “여기에 일부 발전소가 멈춘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피크 타임 때 500만kW 이하를 기록한 날이 31일 중 9일이나 된다. 한여름이 아닌데도 예비전력이 500만㎾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기상청은 6월 상순 기온이 예년보다 높고 비의 양은 적다고 예보했다. 무더위에 냉방기 가동에 한꺼번에 몰리면 전력수급에 일시적인 불균형이 올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같은 계획정전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식경제부는 이런 상황을 우려 ‘하계 전력수급 비상대책 기간’을 예년보다 빠른 지난 1일부터 9월21일 까지로 설정했다. 수요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산업용 억제 않는다면…예비전력 200만kW대 = 지난 달 예비전력량은 400만kW대 후반에서 500만kW대 초반대를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두 배 정도 취약한 상태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예비전력이 그나마 이정도로 유지한 건 대형공장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절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달 2일 오전 전력사용량이 가파르게 늘어나자 일부 산업체에 조업시간 변경을 요청했다. 9일과 10일에도 위기의식을 느낀 전력당국은 이들 공장에 조업시간을 피크 시간대를 피해 옮기도록 했다. 지경부 계산대로라면 한 200만kW 정도 절약한 셈이다. 긴급조치가 단행되지 않았다면 예비전력이 200만kW 초반대에 머물러 당장 계획정전을 고려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