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부펀드 설립 준비중…중ㆍ러와 경쟁 심화에 대응”

입력 2024-09-08 14:30 수정 2024-09-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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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규모ㆍ투자전략 등 수개월째 논의 중
글로벌 경쟁 왜곡 비판 입장에서 선회해 조성 추진
특수 선박ㆍ핵융합 기술, 핵심 광물 등에 투자 전망
트럼프, 5일 공식 제안하기도…초당적 추진력 뒷받침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연사로 나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시카고(미국)/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연사로 나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시카고(미국)/AP연합뉴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도록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한다. 중국ㆍ러시아 등 적대국이 핵심 물자나 신기술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하고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그간 고수해왔던 국부펀드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선회하려 한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달립 싱 국제경제 보좌관 등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수개월째 은밀하게 연방정부 차원의 국부펀드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기금의 구조ㆍ자금조달 모델ㆍ투자 전략 등을 현재 활발히 논의 중이다. 다른 정부 기관도 참여했으며, 다음 단계에는 의회ㆍ민간 부문 핵심 이해 당사자들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국부펀드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처럼 운영되는 국영 기관으로, 상장기업 주식 매입이나 스타트업ㆍ비상장 기업 지원 등 다양한 금융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은 수년 동안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설립된 국부펀드가 글로벌 무역과 투자를 왜곡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며 경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러시아 등과의 대립이 심해지고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번에 국부펀드를 출범시키려는 주된 전제는 미국이 전략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배치할 수 있는 인내심 있고, 유연한 자본이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미국이 국부펀드를 설립하면 유동성은 부족하지만, 채무 지급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또 특수 선박, 핵융합처럼 진입장벽이 높은 부문에 대한 지분 참여나 핵심 광물 확보 등을 할수 있게 된다.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5일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위대한 국가적 노력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소유 투자 기금이 필요하”고 제안했다. 이에 국부펀드 구상은 초당적 지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부펀드 설립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인 헤지펀드 억만장자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은 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의 1조7000억 달러(약 2300조 원) 운용자금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미국이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미국이 부채 대신 저축하는 것을 보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존의 어떤 펀드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기금 조정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재원을 둘러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부펀드가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프로젝트에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재정적자가 계속되며 국가부채 규모가 35조 달러를 돌파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현재 120%가 넘는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전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막대한 기금을 마련한 노르웨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별개의 문제”라며 “미국은 무역적자 규모가 크고, 예산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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