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개혁 과제의 하나로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 상향(59세→64세)을 제시했지만, 실현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고용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5월 기준 월 100만 원 이상 노령연금 수급자는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14.0%에 불과하다. 이는 짧은 가입기간에 기인한다. 노령연금 수급자 중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인 수급자는 18.7%에 머물고 있다. 의무가입 상한연령 상향은 가입기간을 늘려 급여액을 늘리려는 측면이 강하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대체로 의무가입 상한연령이 없거나 67세 이상이다.
다만, 의무가입 상한연령 상향에 대해선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년 연장 등 고령자 고용과 관련한 종합적인 노동시장정책이 없이 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만 조정하는 것은 고령자 연금 가입의 격차를 불러오는 등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저임금 고령자가 국민연금 가입자로 유입될 경우 A값(가입자 평균소득)이 하락해 전체적으로 연금급여 수준을 하락시킬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60세 이상은 임의계속가입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소득이 없다면 9만 원을 최소 보험료로 내며, 소득이 있다면 55만5300만 원을 상한으로 소득의 9%를 낸다. 보험료를 사업장과 절반씩 부담하던 사업장가입자는 임의계속가입으로 전환 시 보험료 부담이 2배가 된다. 이 때문에,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 중 임의계속가입자 비중은 2.3%에 불과하고, 임의계속가입자가 A값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하지만, 의무가입 상한연령 상향으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60세 이상 사업장가입자가 늘면 A값 상승률도 낮아질 수 있다. A값은 급여액 산정기준 중 하나인 소득재평가율을 결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 급여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영계도 부담이 크다. 지난달 8일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3차 회의에서 경영계 측은 “60세 이상의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 사업장 부담금인 4.5%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령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즉, 최소 4.5%의 임금 삭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고령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가입 상한연령이 상향되면 실질적 임금 증가 효과로 기업들이 고용자 고용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도 의무가입 상한연령 상한을 단기 과제로 추진하진 않는다. 관계자는 “검토는 하되, 고령자 고용여건뿐 아니라 수용성까지 고려해 장기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