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 주석, 서열 1위 서기장으로 선출…‘베트남의 시진핑’ 될까

입력 2024-08-04 13:23 수정 2024-08-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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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로 뽑혀…40여 년 근무 공안통
반부패 캠페인 강화 다짐…‘집단지도체제’ 약화 관측
“새 주석 뽑지 않고 ‘1인 체제’ 강화 가능성”

▲베트남의 또 럼 국가주석이 3일(현지시간)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하노이/EPA연합뉴스
▲베트남의 또 럼 국가주석이 3일(현지시간) 공산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하노이/EPA연합뉴스

베트남의 또 럼 국가주석이 3일(현지시간)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 자리에 올라섰다. ‘공안통’인 그의 등극으로 베트남이 기존 집단지도체제에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같은 1인 권력 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이날 중앙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정부 최고위직인 서기장에 럼 주석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럼 주석은 지난달 19일 건강 악화로 서거한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뒤를 잇게 됐다. 럼 신임 서기장은 1979년부터 공안부에서만 40여 년간 근무해 온 공안통이다.

고인이 된 쫑 전 서기장은 2013년부터 부정부패를 당과 국가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고 이른바 ‘불타는 용광로’라고 불리는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럼이다. 반부패 수사로 당ㆍ정부 간부와 기업인 등 수천 명이 체포됐다. 서기장 주요 후보자들이 최근 몇 년간 무더기 사임한 배경이기도 하다.

럼은 부패 척결의 고삐를 더욱 조인다는 계획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쫑 서기장의 유산을 계승해 외교정책에 어떠한 변경도 가하지 않고, 사회ㆍ경제적 개발 목표에 집중하겠다”면서 “앞으로 부패 방지 캠페인 활동도 맹렬히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위원회 회의에서는 레 민 카이 부총리와 장 꾸옥 카인 천연자원부환경부 장관, 꽝닌성과 뚜옌꽝성 당서기 등 고위직 인사 4명의 사임도 승인됐다. 럼 신임 서기장의 반부패 캠페인 일환으로 보인다.

사정의 칼날로 힘을 키운 럼 서기장의 취임으로 베트남의 ‘4개의 기둥’이 약화되고 중국처럼 1인 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 당 최고지도부는 서기장(서열 1위), 국가주석(2위), 총리(3위), 국회의장(4위) 등 ‘빅4’로 구성됐다. 공식적으로 최고지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집단지도체제는 그간 개인으로의 권력 집중을 제한하고 정치적 안정성을 강화해 다국적 제조업 기업들의 투자처로 각광을 받게 하는 데 기여했다.

서기장이 된 럼이 주석직까지 겸직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현재는 럼이 차기 전당대회가 열리는 2026년까지 두 최고직을 유지할지 아니면 새 주석이 선출될지는 불분명하다. 베트남 관가에서는 그가 주석직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시진핑과 유사한 더 독재적인 방식의 리더십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럼의 새로운 역할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싱크탱크인 유소프 이샥 동남아연구소의 베트남 전문가 응우옌 칵 장은 “럼을 대체할 새로운 국가주석을 지명하지 않고 다음 2026년 전당대회가 끝난다면 베트남의 새로운 장을 알리는 신호”라면서 “이 관행은 전당대회까지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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