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완패 마두로 3연임 성공…베네수엘라 ‘부정선거’ 후폭풍

입력 2024-07-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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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고의로 투표 대기 조작” 의혹
“투표소 예고 없이 폐쇄됐다”는 주장도
선관위 실시간 개표 상황도 비공개로
2018년 부정선거 논란 탓 석유사업 제재
미국, 새로운 베네수엘라 제재 ‘만지작’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대선 다음날인  29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 후 결과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대선 다음날인 29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 후 결과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다.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연합뉴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선거가 치르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던 부분이 많았던 데다, 출구 조사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내놓은 결과가 크게 엇갈린 영향이다. 베네수엘라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중남미 주변국은 이번 대선에 대한 논평을 유보했고, 미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페타레 지구를 중심으로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와 도심에서 카라카스 국제공항까지 행진하며 ‘자유’를 외쳤다. 일부는 총기를 소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앞서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0시 10분쯤 “80%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선포했다. ‘민주 야권 연합’ 소속의 야당 지도자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5) 후보는 44.2%의 득표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당일 투표소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선관위가 투표소에 몰린 유권자들의 신분 확신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투표소 입장 인원을 극소수로 제한하는 등 고의로 오랫동안 대기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즉 기다리다 지쳐 투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또 투표가 시작된 지 몇 시간 만에 일부 투표소가 폐쇄되면서 투표 대기 줄은 더 길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 실시간 개표 상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곤살레스 후보가 마두로 대통령을 앞섰다는 출구 조사가 나오면서 정권교체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미국 조사기관 에디슨 리서치가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도 우루티아가 65%의 예상 득표율로, 마두로(31%)를 2배 넘게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선관위가 정반대의 개표결과를 발표하면서 베네수엘라 안팎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도보수 성향 민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 측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침까지 개표 결과의 40%에 해당하는 데이터만 확보할 수 있었다”며 선관위의 ‘선거 부정'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모든 투표소 기록이 공개되고 검증될 때까지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마두로 정부에 우호적인 견해를 밝혀온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행정부는 마두로에 대한 축하 인사 없이 “우리는 개표 과정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으며, 결과에 대한 공정한 검증을 통해 국민 주권의 기본 원칙이 준수돼야 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관련 제재 해제 조건으로 투명한 선거를 요구해왔던 미국 정부는 새로운 제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마두로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조처를 하는지에 따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정책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에도 부정선거 의혹으로 석유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마두로 대통령과 야당이 올해 대선 로드맵에 합의하자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 분야 6개월 거래허가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완화했다가 4월 다시 제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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