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 교수들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및 글로컬대학30 등 정책이 지방 대학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대학 혁신 정책보다 수도권 집중화와 대학서열체제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전국 대학 교수들이 모인 ‘전국교수연대회의’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김문수·백승아·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해 2월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2.0,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등 대학 교수단체가 모여 결성됐다.
교수들은 정부가 지역 대학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라이즈’와 ‘글로컬대학30’ 등 정책을 추진하지만,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라이즈 사업은 대학 관리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것을 정책의 핵심 내용으로 하는데, 지자체는 대학을 관리하는 능력과 경험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을 지원할 예산도 태부족한 상태에서 조급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컬대학 30 사업과 관련해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은 교육과정 전면 개편, 대규모 구조개혁 및 정원조정, 평가 방식 개선 등 교원인사 개혁, 대학 거버넌스의 획기적 개선, 대학 간 통합 또는 연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1개교당 연 200억 원 지원’으로 홍보된 것과 달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작됐고 심각한 대학 내외 갈등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지역 대학 혁신 정책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수도권 집중화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수들은 “지역 대학이 처한 위기의 핵심적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와 강고한 대학서열체제, 국가의 재정지원 부족, 비리·부실 사학재단의 횡포 등 뿌리 깊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면서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의도가 지역 대학들을 폭력적 방식으로 구조조정하고 재편하는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무전공 입학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학 운영의 파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 입시부터 무전공 선발 정원을 확대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학과 입학제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중요한 선발기준으로 내세웠다”면서 “무전공 입학제도는 기초학문과 학문 생태계의 붕괴를 야기하고 대학 운영의 파행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이 취업 전망이 좋은 인기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무전공 입학제도의 무분별한 확대는 균형 잡힌 학문 발전을 뒤흔들고 기초학문을 고사시키고 학문 생태계를 파괴한다”면서 “학생들이 넘쳐나면 인기 전공마저 교수와 시설이 모자라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