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사 세우고 전기차 공동개발 착수
전환사채 통해 지분 먼저 확보 예정
그룹 산하 전기차 전용 브랜드 가능성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리비안(RIVIAN)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리비안이 기사회생하게 됐다.
25일(현지시각)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뉴욕증시 마감 직후 “리비안에 2026년까지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환율 변화와 기업가치 등에서 맞비교가 어렵지만,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를 인수할 당시 인수 금액이 18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는 적잖은 규모다. 폭스바겐 투자 소식에 리비안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0% 이상 폭등했다.
폭스바겐은 “양사가 같이 소유하고 통제하게 될 새 합작사를 세울 것”이라며 “첨단 소프트웨어를 갖춘 차세대 배터리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10억 달러를 ‘전환사채’ 형태로 투자하고 12월께 이 사채를 리비안의 주식으로 전환한다. 합작사 설립을 위해 4억 달러도 별도로 내놓는다. 합작사는 두 회사가 각각 선임한 인물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리비안 측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폭스바겐 측에서 선임한다.
합작사 구성은 4분기에 마무리한다. 합작사 설립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전환사채를 리비안 주식으로 바꾸는 셈이다.
폭스바겐과 리비안은 2030년 이전에 합작사를 통해 새 전기차를 출시한다. 전기 픽업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해온 리비안은 신차 개발을 위한 자금원을 확보하는 한편, 차종 다양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비안은 한때 테슬라 라이벌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전기차 산업수요 감소와 시장 변화 탓에 지난해부터 자금난이 시작됐다. 판매 부진을 비롯해 제한적인 제품군도 리비안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올해 1분기 14억5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2월 116억 달러에 달했던 현금 보유액은 작년 12월 말 기준 79억 달러로 감소했다. 한때 미국 포드가 아마존과 함께 12% 지분을 쥐고 있었으나 지난해 이 모두를 되팔고 떠난 상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결국 폭스바겐그룹이 단계적으로 리비안 지분을 확대, 또 하나의 그룹 산하 브랜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폭스바겐그룹은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벤틀리 △아우디 등 고급차 브랜드를 영위하는 한편,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호화 수퍼카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밖에 동유럽 시장을 특화한 중저가 브랜드 △세아트 △스코다 등도 이들 산하 브랜드다. 나아가 M&A를 통해 대형 트럭과 모터사이클 등의 브랜드도 보유 중이다. 모든 인수합병 대상은 엔진 또는 모터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게 폭스바겐그룹 M&A 전략 가운데 하나다.
올리버 브루메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양사의 협력을 통해 다음 세대 전기차에 대한 대안을 빠르게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