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14차 대러시아 제재에 합의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EU는 회원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LNG를 다른 나라로 재수출하는 환적을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LNG 수입 자체는 막지 않았다.
EU의 제재 대상에 LNG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는 회원국에 러시아산 석탄과 원유 수입을 금지했지만, 의존도가 높은 LNG는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지난해만 약 40억~60억 세제곱미터(㎥)의 러시아산 LNG가 EU 항구를 통해 제3국으로 운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회원국 가운데 벨기에·프랑스·스페인이 러시아산 LNG 주요 수입국이다.
제재안에는 △러시아의 신규 LNG 프로젝트에 투자 금지 △석유 수출 제재 우회에 쓰이는 이른바 '그림자 선박' 12척 제재 △정당·싱크탱크·언론에 대한 러시아 자금 지원 금지 △제재 우회 경로인 중국·튀르키예·인도 기업과 거래 금지 △러시아의 약탈이 의심되는 우크라이나 문화상품 수입 통제 등이 포함됐다.
다만, 가스 시장 전문가들은 LNG 제재를 핵심으로 하는 이번 제재안이 러시아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EU를 경유하는 러시아의 LNG 재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의 러시아 제재는 14번째다. 이번 제재안에는 단체 47곳과 개인 69명이 추가됐고 내주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승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