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EC, ‘테라 사태’ 권도형과 6조원대 벌금 합의...전액 징수 가능한가

입력 2024-06-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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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승인 요청…당초 주장한 액수보다는 적어
“벌금 선순위 아니어서 다 받기 힘들 듯”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연행되고 있다. 포드고리차(몬테네그로)/AP뉴시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3월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연행되고 있다. 포드고리차(몬테네그로)/AP뉴시스
수십조 원대의 피해를 낸 가상자산(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민사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44억7000만 달러(약 6조1400억 원)규모의 환수금과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EC는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테라폼랩스와 권 씨에게 제기한 민사 소송과 관련해 이같이 합의했다며 재판부 승인을 요청했다. 이 중 40억5000만 달러는 불법 이익에 대한 환수금과 이자고, 4억2000만 달러는 민사 벌금이다.

테라폼랩스의 운영 중단과 함께 권 씨가 상장기업의 임원이나 이사로 재직하는 것도 금지하는 내용도 이번 합의안에 담겼다.

SEC의 이번 합의안 승인 요청은 4월 법원에서 배심원단이 권 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한 데 따라 이뤄졌다. 다만 이번에 합의한 불법이익 환수금과 벌금 규모는 당초 SEC가 요구한 액수(52억6000만 달러)보다는 적다. 권 대표 쪽은 이번 합의 전까지는 가상자산 발행과 매각이 대부분 미국 바깥에서 이뤄져 SEC가 벌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SEC는 “이번 합의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최대한의 자금을 돌려주고 테라폼은 영원히 폐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SEC가 막대한 환수금과 벌금을 모두 징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테라폼랩스가 4월 30일 공개한 회사 보유 자산은 4억3010만 달러, 부채는 4억5090만 달러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라폼랩스가 벌금을 낼 자금을 구한다 해도, 채권자들에게 우선 지급된다고 지적했다. 벌금은 일반적으로 무담보 채권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출기관과 같은 선순위 채권자가 SEC보다 먼저 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SEC가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승인받은 전체 불법이익 환수금·벌금 합의 규모는 50억 달러였는데,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28억 달러 정도에 그쳤다.

이번 민사 재판은 권 씨가 스테이블코인(UST)을 판매한 것과 관련해 진행 중인 형사재판과는 별개다. 폭락 사태 이후 도피 행각을 벌였던 권 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뒤 계속 현지에 구금된 상태다. 한국에서도 기소된 권씨가 어느 나라로 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의 판단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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