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공화당도 “전례 없는 일” 비난
백악관 “사전 조율 없었다” 한발 빼
이스라엘 전쟁이 좀처럼 휴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을 축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원 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길을 잃었다”며 이스라엘에 새 선거를 촉구했다.
슈머 대표는 “미국은 누가 이스라엘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지시하려는 게 아니다”면서도 “이 중요한 시점에서 새로운 선거가 이스라엘 미래에 대한 건전하고 공개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이스라엘인이 그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슈머 대표는 친이스라엘 유대인으로, 그간 민주당 내에서 네타냐후 정부에 대해 덜 비판적인 부류에 속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라파 침공까지 계획하는 등 계속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목소리를 냈다.
슈머 대표의 발언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성명에서 “슈머 대표는 이스라엘의 정치 체제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를 선거로 뽑은 독립적이고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헤르조그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 테러조직인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민주 동맹국이 내정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의 공동 목표에 역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공화당도 거들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외국의 간섭을 지나칠 정도로 경계하던 미국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스라엘 지도자의 축출을 요구하는 것은 기괴하고 위선적”이라며 “이건 전례 없는 일로, 우린 민주주의 동료를 이런 식으로 대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미국 지도부가 이스라엘 정치에서 분열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한발 물러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슈머 대표가 연설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것 외에는 슈머 사무실과 조율한 것이 없었다”며 “우린 그가 상원에서 무엇을 말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