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쾌락과 고통은 우리 뇌에 있는 저울의 양 끝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인간이 쾌락을 느낌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강력한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면서 무게 추가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평형을 이룬다. 그래서 예전에 가졌던 느낌을 느끼려면 같으면서도 더 새롭고 강력한 형태의 대상을 찾게 되고, 중독 대상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지점에는 상실감을 느끼며 이를 불안, 공허감, 집착 반응으로 표현한다.
진료실에서 소아 비만 환자들을 상담해보면, 체중 감량이 필요한데 대부분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비만일 수밖에 없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나 초콜릿, 아이스크림 같은 자극적인 간식을 먹음으로써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 추구를 하고 있으며,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등 만성적인 활동량 부족이 동반된다. 이렇게 도파민에 전 아이들에게 체중을 한 달 안에 몇 kg 빼오라는 목표 설정만 해주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진료시간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목표 설정 이전에 체중이 감량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체질을 만들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습관을 삶의 큰 부분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와 관련된 신호를 자주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물과 샐러드를 자주 섭취하기 위해 냉장고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샐러드를 두었다. 마찬가지로, 나쁜 습관을 없애고 싶다면 그 신호가 보이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면 된다. 필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극을 추구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받은 영상을 실컷 재미있게 보고 난 후에 오는 공허함과 비현실적인 느낌이 싫어서 휴대폰에서 유튜브 어플을 지웠다. 그러고 나니 어플을 다시 설치하고 로그인하기가 귀찮아서 유튜브 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습관이라는 씨앗 각각은 하나의 사소한 결정이지만, 이러한 결정이 반복되면 습관의 씨앗은 싹을 틔우고, 뿌리가 내려지고, 가지가 뻗어 나와 큰 나무가 된다.
‘정체성(identity)’이라는 말은 ‘실재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essentitas’와 ‘반복적으로’를 뜻하는 ‘identidem’에서 파생된 ‘반복된 실재’라는 뜻이다. 정체성은 습관에서 나오고, 습관은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나는 운동하는 건강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나는 운동하기를 원하는 사람이야”라고 하는 것과 다르다. 이미 그렇다고 믿고 있는 유형의 사람처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매일 운동을 한다면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피아노를 연습하는 매 순간 나는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체중을 줄이고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싶다면 저녁 식사를 평소보다 한두 숟갈 덜어내고 먹는 습관, 흰 쌀밥 대신 잡곡으로 밥을 짓는 습관, 과일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 잠깐의 욕구를 참고 대신 과일을 먹는 습관, 식사가 소화된 후 매일 저녁 9시에 운동화 끈을 매고 산책하러 바깥으로 나가는 건강한 습관을 하나씩 쌓아가자. 나는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다.
벌서 2024년이 두 달이 넘게 지나서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도파민 중독 대신 건강한 작은 습관을 만들어보자. 어느 순간 작은 습관의 씨앗이 잎사귀가 무성한 큰 나무가 되어 열매 맺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