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업·제조업의 대규모 기업집단 집중도가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상위 5대 그룹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승용차, 반도체, 휴대폰, 맥주 등 39개 산업은 10년 넘게 소수기업이 장악하는 독과점 산업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공표한 ‘2021년 광업·제조업 시장구조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광업ㆍ제조업 출하액은 1769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76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출하액은 862조 원으로 전체의 48.8%를 차지했다.
출하액은 기업이 제품을 직접 제조·가공한 결과로 발생되는 제품 출하액과 임가공(위탁제조) 수입액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출하액 비중은 2019년 47.9%에서 2020년 45.9%로 하락하다 2021년엔 48.8%로 다시 확대됐다.
상위 5대 기업집단으로의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전체 출하액에서 이들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0.7%포인트(p) 상승한 30.2%로 6~76대 기업집단 전체 비율(18.6%)보다 월등히 높았다. 출하액으로는 상위 5대 기업집단이 약 1.6배 더 많았다.
부가가치와 종사자 수 비중에서도 상위 5대 기업집단(각각 34.0%·12.2%)이 6~76대 기업집단(17.7%·7.4%)을 크게 웃돌았다.
상위 5대 기업집단은 평균 48개의 산업에 진출하고 있어 사업다각화 정도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는 "2020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가 2021년 들어 점차 회복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해 대규모 기업집단 출하액 비중이 다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는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속도의 기업규모 간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2021년 중에 시장구조가 과거보다 악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광업·제조업 분야의 독과점 정도를 의미하는 시장집중도(CR3, 단순평균)는 41.7%로 전년(41.9%)보다 0.2%p 감소했다. CR3는 상위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합친 값을 말한다.
다만 산업 규모가 반영된 시장집중도 가중평균은 2020년 50.0%에서 2021년 51.3%로 1.3%p 상승했다. 이는 2021년 생산 회복이 규모가 큰 기업들이 영위하는 대규모 산업들 중심으로 산업 집중도가 상승했음을 시사한다.
2021년 기준 광업·제조업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은 승용차, 메모리용 반도체, 휴대폰, 맥주, 담배 등 52개로 전년(51개)보다 1개 늘었다. '신문용지 제조업’, ‘생물 살균, 살충제 및 식물보호제 제조업’, ‘날붙이 제조업’ 등 3개 산업이 새로 추가되고, ‘탄소섬유 제조업’, ‘제강업’ 등 2개 산업이 제외된 영향이다.
메모리용 반도체, 승용차, 화물차, 휴대폰, 텔레비전, 설탕, 식초 및 화학조미료, 맥주, 특수사 및 코드직물, 펄프, 판유리, 화약, 제철업, 기억장치, 기관차 등 39개 사업(전년대비 +4개)은 5회 연속(2010~2021년) 독과점 구조 유지산업으로 지정됐다. 10년 넘게 변화 없이 독과점이 고착화된 산업이란 얘기다.
이들 산업 대부분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신규 경쟁자의 진입이 어려운 분야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52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 중 CR3가 100%인 경우가 15.4%(8개), 90~100% 미만인 경우가 51.9%(27개), 90% 미만인 경우가 32.7%(17개)를 각각 차지했다.
52개 산업의 출하액 규모는 크고 내수집중도, 해외개방도가 높은 반면, 연구개발(R&D) 비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비율의 경우 52개 산업이 평균 1.1%로, 그 외 산업(독과점구조 유지 산업 제외) 평균인 1.4%를 밑돌았다.
다만, 항공기, 반도체 등은 전체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고, 소주, 맥주 등 주류와 설탕 제조업 등은 0.1%를 하회하는 등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 내에서도 산업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시장집중도가 심화되는 산업 및 장기간 독과점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선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시책을 마련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