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육부가 ‘2024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교육계서는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과 내용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1월 24일 고등교육 주요 정책으로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대학, 첨단분야 인재양성 및 산학협력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제시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범 운영했던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방향과 내용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교육의 공공성에 기반한 대학정책이 새롭게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대학 분야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는 “대학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 RISE(라이즈) 체계 구축은 ‘지방대학 죽이기’를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희성 대교연 연구원은 “인력충원, 라이즈센터 개소 및 전문인력 채용 등에 따른 비용을 모두 지방비로 부담하게 돼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2025년 이후 (라이즈 체계가) 본격 도입되면 전담조직과 라이즈센터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사업관리 비용 등 운영 예산 또한 상당한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교연은 글로컬대학 사업도 지방시대를 견인해 나갈 지방시대 육성 등 '지방대 살리기'로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컬 대학은 1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여 지역의 산업·사회 연계 특화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을 지원·육성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정부는 글로컬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지난해 해당 사업에 선정된 9개 대학의 올해 정시모집 지원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로 최근 종로학원이 글로컬 대학 중 정시 선발이 없는 포항공대를 제외한 9개 대학의 2024학년도 대입 지원자 수를 분석한 결과 총 3만8774명으로 전년 4만308명 대비 1534명(3.8%) 줄었다.
임 연구원은 “이는 현재 지방대가 처한 상황이 예산만 투입한다고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대교연은 “R&D 예산을 삭감하고 첨단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2024년 1차 수시모집 결과 이번에 증원된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등에서 297명을 모집했는데 이 중 235명(79.1%)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교연은 “첨단분야로 진출해야 할 이공계 인재들이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R&D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교육부는 첨단분야 인재양성 및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첨단산업 부트캠프, 첨단분야 혁신 융합대학 등의 재정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이러한 정책도 첨단분야로 진출하려는 학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고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 증원을 허용한 탓에 가뜩이나 정원 미달이 심각한 지방대 첨단학과는 학생모집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