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하고는 혁신위원장이 끝난 다음에 한 번 해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본지와 만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3월 순천만 정원박람회에서 윤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던 날을 회상하며 “혁신위가 끝나고 1월 정도. 급하지 않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과정이 이랬습니다’ 그런 말을 할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총설 출마설이 제기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당에 들어오면 좋다. 어려운 곳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거물급 인사와 매치해 선거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정작 인 위원장 본인은 비례대표나 지역구 출마 뜻이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직원들을 만났던 때를 말하며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다. 피곤해서 정치 못 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혁신위원회가 출범하고 한 달이 지났다.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자면?
“70점 받았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와야 할 것들을 잘 살려서 간 것 같다. ‘아내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고 말한 다음에 통합을 말했다. 쓸데없는 정쟁, 우리 당 내부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정쟁도 없어야 한다는 것을 말했고. 세 번째가 희생. ‘대통령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면 거취를 밝히라’고 했다. 그만두라고 한 적은 없다. 이름을 거명한 적도 없다. 그러나 그분들이 누군지는 다 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 잘 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무섭다. 곧 은퇴해서 고향에 가야 하는데 욕먹으면 안 된다.”
- 70점인데, 조기 해체 얘기는 왜 나왔을까.
“‘일부 위원들이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조기 해체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을 했더니 언론에서 ‘조기 해체할 것’이라고 써버렸다.”
-짧은 기간 이지만 변화를 위한 혁신안은 많이 던졌다. 그런데 당 지도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다려보라. 변할 것이다. 100% 확신한다. 시간문제다. 12월 초까지 국회 일정도 있다. 이제는 움직일 것이다”
- 혁신안 수용에 대해서 최근 김기현 대표와의 회동 자리서 확답을 받았을까.
“확답받은 것은 없다. 무슨 확답을 받나. 김기현 대표나 중진 의원들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나는 길을 제시하지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안 갈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 그 분위기는 어떻게 조성하는 걸까.
“지금 만들고 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만들고 있고. 길거리에 가면 엄지 척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새벽에 목욕탕에 가면 대부분 ‘열심히 하세요’, ‘계속하세요’, ‘굽히지 마세요’, ‘힘 잃지 마세요’라는 얘기를 듣는다. 눈물 나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국민이 무섭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도 나라를 사랑하면 정쟁을 그만하라고 비판했다. 정쟁을 멈추라 했는데, 유튜버들이 소리 지르고 죽일 듯이 달려들더라.”
- 그럼 이재명 대표도 만날 수 있는 건가.
“아무나 만날 수 있다. 애니바디(anybody). 그렇다고 만난다는 말은 안 했다.”
- 그럼 안 만나는 건가.
“글쎄, 그건 생각을 안 해봤네... 그런데 대통령하고는 혁신위원장이 끝난 다음에 한 번 해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 뭐 때문에 이렇게 했고, 보충설명은 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 대통령과 오해가 쌓였나.
“오해가 있어서가 아니라 전체 행보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나고 싶다는 거다. 혁신위가 다 끝나고 1월 정도. 급하지 않다. ‘대통령님, 혁신위원장 맡아서 일을 해보니 이런 애로사항 있습디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대통령께서 관대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과정이 이랬습니다’ 그런 말을 할 날이 오길 바란다. 안 오더라도 나는 소신껏 했다.”
- 이미 대통령을 뵌 적이 있지 않나.
“세 번 만났다. 4개월 전에는 순천만 정원박람회에서 (윤 대통령과) 북한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했다.”
- 이번 위원장직을 수락할 때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도 많이 반영됐을까?
“대통령을 세 번 만나는 경험 속에서 느낀 건 (윤 대통령과 나)두 사람이 전문직이더라.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고, 나는 의사 출신이고. 비슷한 것도 많고, 틀린 것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 모두) 거침없고, 의견이 굉장히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침이 없다. ‘아닙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맞습니다.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이것이 두 사람의 대화다.”
-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좋게 평가했다. 한 장관이 당에 들어오는 것도 변화 방법의 하나일까.
“그렇다. 그런데 한동훈 장관이 아직 결정을 안 했다. 제가 그분을 흔들면 안 된다. 당에 들어오면 좋다. 그렇지만 기다려야 한다.”
- 한동훈 장관이 당에 들어온다면 어디로 출마해야 할까.
“그것은 내가 이미 다 얘기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분, 중진, 당 지도부는 어려운 곳으로 출마하라. 또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느냐를 보고 도전해야 한다. 앞날을 예언해 보자면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센 충돌이 좋다.”
- 이준석 전 대표와의 물밑 접촉은 하고 있나.
“여러 사람을 통해서 (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만나지 말고, 비밀이 보장된 장소에서 둘이 만나려고 한다.”
-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나.
“나이는 당신이 동생인데, 정치에서는 선배다. 한 수 가르쳐 달라. 새누리당을 만들 때 공로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애착이 있을 텐데, 들어와서 도와달라. 내가 와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나를 믿어도 된다. 그리고 나는 지나간 사람이다. 당신과 경쟁할 사람이 아니다.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 밖에서 마음 아파서 공격하는 것보다 문 닫아놓고 우리를 공격해라. 내가 혼심의 힘을 다해 당신이 원하는 타당한 것에는 힘을 실어주겠다. 김기현 대표도 그 뜻에 열려있다.”
- 김기현 대표도 그런 말을 했나.
“내가 의사인데, ‘이준석 대표가 마음이 많이 아픈 것 같다.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이 많은 것 같다’고 김기현 대표에게 말했더니 김기현 대표가 ‘그건 이해할 만하다. 마음으로 그럴 수가 있겠다’고 했다.”
- 이준석 전 대표는 채 상병 사건이나 이태원 유족 면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철회, 이 세 가지 문제를 당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 같다.
“우선 홍범도 장군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은 홍 장군 문제는 육사의 문제다. 육사가 크게 확대할 필요가 없다. 육사가 평가해서 알아서 할 일이다.
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추모대회를 다녀와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인요한 죽여라’ 하면서 주먹을 여러 번 맞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뿐만 아니라 기본소득당, 정의당 다 나와서 정치판을 만들어 버렸다. 내가 왜 거기서 주먹을 맞나. 민주당 원내대표가 옆에 앉아있었는데, ‘이게 추모 행사입니까?’라고 물었다.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오면서 구타를 당하고... 그 순간에 대통령과 우리 당에서 한 명도 안 온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것이 진정한 추모 행사인가. 생명을 잃은 가족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정도를 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혁신위원장이 끝나고 나서의 행보는.
“병원으로 돌아간다. 너무 피곤해서 정치 못 하겠다. (최근에) 병원 앞으로 갔더니 직원들이 ‘소장님 고생이 너무 많아요’라고 하는데 눈물도 나고. 돌아가고 싶다. 나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