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힘겨운 가을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더이상 악재가 없다고 하지만, 증시를 부양할 호재도 없다. 증권사들은 지점감축과 인력 축소, 비용절감까지 다방면에서 선제적 경영 다이어트에 나서며 허리띠를 더 바싹 졸라매고 있다.
25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달 30일 용산WM과 통영WM을 폐쇄하고, 각각 마포WM, 거제WM으로 통합한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점수를 보유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와 같은 78곳을 유지하다가 이번에 2곳을 줄이게 됐다. 회사 측은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부 점포를 대형화(통합)해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점포 통폐합은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지점 축소를 통한 임대료 등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국내 증권사 지점수는 788개로 전년 말 812곳 대비 24곳 줄었다. 신한투자증권이 반년 새 5곳을 줄이며 가장 많이 축소했다. 이어 교보증권(4곳), 한국투자증권(3곳), KB증권·DB금융투자·유안타증권·하이투자증권(2곳), 대신증권·IBK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1곳) 등 국내 20위권 안의 증권사들이 점포수를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지점수 80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증권사였지만, 1년 새 14곳을 정리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다음으로 순위가 내려왔다. 신한투자증권은 서울 방배동과 반포동에 있던 센터들을 신한PWM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로 흡수했고 대구 지점 3개를 통폐합했다.
지점수 감소는 인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61개 증권사의 임직원수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3만9056명으로 작년 말 3만9634명에서 578명 감소했다. 다올투자증권이 155명으로 가장 많이 인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경영 관력 직무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떠났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연초 직원들의 요청으로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5세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실적 악화 우려에 증권사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사는 한국금융지주(영업이익 컨센서스 1조157억 원) 한 곳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긍정적인 실적 컨센서스를 적용했을 경우다. 지난해에는 메리츠증권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단 한 곳도 안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4분기에는 증권사들의 비시장성 자산 재평가를 앞두고 있어 해외부동산 관련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이달부터 상당히 높아져 트레이딩 수익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등 5개사의 올해 연간 이익 추정치를 평균 10.8% 하향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또 터지면서 증권사들의 주가와 실적도 휘청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에 따른 4943억 원의 미수금 발생으로 연간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사태 이후 22개 종목에 대해 위탁증거금률을 100% 적용했다.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일부 종목에 대해 위탁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했다. 신용융자 불가종목으로 지정되면 개인투자자는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고 개인이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개인투자자들의 수급 위축은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감소시켜 주식시장 전반에 약세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증권사들의 거래대금 수수료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