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뭐길래”…정년 규정에 고국 프랑스 떠나 미국으로
‘한국과 공동 연구’ 인연
5번째 여성 물리학 수상 영예
프랑스 출신의 80대 노교수가 나이 때문에 오랜 시간 몸담았던 프랑스 원자력청(CEA) 사클레이 연구소에서 강제 퇴임한 지 약 20년 만에 노벨상 수상자로 금의환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인 중 한 명인 피에르 아고스티니의 사연을 소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물질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방법’과 관련한 공로로 피에르 아고스티니(82)와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65)를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 세 명이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의 세계를 탐구할 새로운 도구를 건네줬다고 평가했다. 전자 세계는 100경분의 1초 단위로 사건의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지극히 짧은 파장의 빛이 있어야 관측 및 측정이 가능하다. 이들 과학자는 극도의 짧은 파장을 지닌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보임으로써 인류가 전자의 움직임이나 에너지양 변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고스티니는 노벨위원회의 공동 수상 발표 당시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어 위원회의 연락을 직접 받지 못했다. 그는 발표 소식을 들은 딸로부터 “뉴스가 사실이냐”는 전화를 받고 수상 소식을 전해 듣게 됐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61세의 나이로 프랑스에서 강제 은퇴하게 된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힘이 넘쳤고 프랑스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며 “떠나야만 한다는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크러우스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벅찬 기분이고 꿈인지 현실인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동료들은 지금 휴일을 즐기고 있는데, 아마 내일 만나서 샴페인 한 병을 따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 륄리에는 역대 5번째 여성 물리학 수상자가 됐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앞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 학자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리클런드, 2020년 앤드리아 게즈 등 4명뿐이다.
륄리에는 “매우 감동했다.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상은 드물어서 매우 특별하다”며 “나는 모든 여성에게 흥미가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해 열정이 약간 있다면 그냥 해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