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여성들이 겪는 임금 하락이 저임금 여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임금수준별 모성 임금 격차(곽은혜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여성은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5.7% 낮은 시간당 임금을 받았다. 보고서는 1998~2018년 한국노동패널 자료(24~46세 여성 임금근로자 4530명)를 활용해 임금분위별로 자녀 유무에 따른 여성들의 임금 격차를 분석했다.
자녀가 있을 때 임금이 하락하는 ‘모성 페널티’는 저임금 여성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자녀가 있는 하위 5% 여성은 자녀가 없는 하위 5% 여성보다 평균 16.2% 낮은 시간당 임금을 받았다. 하위 25%에선 모성 페널티가 12.6%였다. 임금이 하위 25%를 넘어서면 자녀 유무에 따른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곽 연구위원은 “평균적으로 노동시장에서 관찰되는 모성 불이익은 모든 임금수준의 여성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저임금 여성에게서 크게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임금 여성과 비교할 때 저임금 여성에게서 더 큰 모성 임금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로 자녀 양육비용의 증가와 자녀 양육시간의 대체 용이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자녀 양육과 교육을 위한 서비스는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되고 있고, 고임금 구간의 여성들은 자녀 양육시간을 저임금 구간 여성들에 비해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생 코호트별로 1970년대생(2000~2009년 분석)은 임금수준 하위 5%에서 12.0%, 하위 25%에서 13.5%의 모성 페널티가 관찰됐다. 반면, 상위 25%는 22.6%, 상위 5%는 26.9% 임금 상승이 확인됐다. 고임금 여성에게선 자녀를 둔 게 임금을 높이는 ‘모성 프리미엄’이다. 이는 출산이 임금을 높인다기보단,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거나 출산을 불이익으로 인식하지 않는 여성들이 더 많이 출산했단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정 시점에 여성들의 노동시장 기회비용이 줄어들면, 이것이 출산 선택으로 이어진단 뜻이다.
다만, 1980년대생(2010~2018년 분석)은 하위 5%에서 21.8%, 하위 25%에서 14.2%의 모성 페널티가 발생했으나, 고분위에서 모성 프리미엄은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시장 기회비용이 줄어드는 시기가 과거보다 미뤄졌거나, 기회비용과 무관하게 고임금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한단 의미다. 그 결과로 1980년대생은 1970년대생과 비교해 유자녀 비율은 9%포인트(p) 낮고, 첫 출산연령은 1.6세 높았다. 곽 연구위원은 “출산의 노동시장 기회비용이 작아지는 시점이 시간이 지날수록 모호해지는 것이라면 이는 고임금 여성의 출산 기피를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경제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출산은 여전히 큰 장애요인”이라며 “여성 근로자 집단의 임금수준별 이질성을 파악하고, 각 집단의 문제에 적합한 정책목표 수립과 정책도구 개발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