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전화 대신 받아드립니다”…AI 봇, 스팸전화·보이스피싱 대응

입력 2023-07-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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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GPT-4 활용…통화 방해 구독 서비스 등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케빈 : 카드 서비스에 전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어떻게 지냈나요?

노인 : 허허

케빈 : 당신의 신용카드에 총 얼마의 부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인 : TV 리모컨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데, 채널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 대화는 실제 사람끼리의 대화가 아니다. 이 전화를 받는 노인은 실제 사람이 아니다. 노인은 사실 인간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디지털 장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로비아에 사는 전화 기술자 로저 앤더슨(54) 씨는 챗GPT를 이용해 광고성 전화 발신자나 사기꾼을 괴롭히는 AI 음성 봇을 만들어냈다. 해당 툴은 텔레마케터나 사기꾼 등 원치 않는 전화를 대신 받아 시간을 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더슨은 ‘졸리 로저’라고 불리는 통화 방해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수천 명의 고객이 연간 이용료 24.99달러를 내 반갑지 않은 광고 전화에 대응하고 있다. 고객들은 바쁜 어머니 솔티 샐리, 쉽게 산만해지는 위스키 잭 등 개성 있는 디지털 인물을 선택해 전화를 대신 받을 수도 있다.

앤더슨이 텔레마케터 업체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10여 년 전 전화를 받은 아들이 나쁜 말을 들은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전화를 끊기 전 “안녕하세요”라고 몇 번 말하는 자동응답기로 시작해 이를 계속 발전시켜나갔다.

해당 시스템의 성능을 대폭 개선시킨 것은 지난해 오픈AI가 출시한 ‘챗GPT’와 그 후속 버전인 GPT-4였다. 챗GPT와 GPT-4는 처음에는 통화 방해 작업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AI 언어모델로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앤더슨은 “당신은 나의 개인 비서이며, 나를 사기꾼으로부터 지키려고 한다”는 논리로 설득에 성공했다.

앤더슨은 무엇보다도 GPT-4의 합류가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그는 GPT-4에 대해 “꽤 웃기고 바보 같은 말을 잘한다”며 “발신자를 계속해서 대화에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매우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통화 방해 시스템 ‘졸리 로저’의 작동 방식은 이러하다. 전화가 시작되면 챗봇은 TV 리모컨처럼 미리 설정된 문구와 주제별 응답을 조합해 2~3분간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 사이에 GPT-4는 텔레마케터의 말을 처리해 응답을 생성한다. 준비가 끝나면 AI가 생성한 텍스트는 발성 소프트웨어로 보내지고, 대화가 계속된다.

앤더슨의 통화 방해 시스템은 일부 미국인들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졌다. ‘원치 않는 전화’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전해지는 소비자 불만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한 업계는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매달 14건의 스팸 전화를 받는다고 추산했다. 콜센터에서 자동으로 전화를 거는 ‘오토 다이얼러’는 초당 100건의 전화를 할 수도 있다.

앤더슨은 “나는 여러분을 위해 무례한 텔레마케터들과 대화하는 친절하고 인내심 있는 로봇을 제공한다”며 “로봇은 잡담을 좋아하고, 종종 불쾌한 전화를 건 이들을 몇 분 동안 잡아둔다. 나쁜 사람들을 바쁘게 만들어 다른 무고한 이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이는 그들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릴 수도 있다. 바로 지갑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로봇들은 아무것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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