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넷플렉스 부활까지…‘암흑기’에 빠진 미국 전통 미디어기업

입력 2023-06-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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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워너 등 스트리밍 사업·최신 영화 개봉 성적 등 부진
폭스는 거액 배상금에 휘청
할리우드 작가들 AI 사용 제한 주장하며 파업 지속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단속 강화에 회복세

월트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 등 미국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암흑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 부진을 딛고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상반기가 지나도록 온갖 악재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디즈니는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를 지난해 11월 구원투수로 재영입했지만, 여전히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최근 7000명가량의 대규모 감원을 진행했다.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신규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틴 맥카시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사업부 픽사의 최신 영화 ‘엘리멘탈’이 1995년 ‘토이스토리’ 이후 역대 최저 개봉 성적을 기록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디즈니 주가는 최근 3개월간 6.4% 하락했다.

지난해 합병으로 탄생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수천 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한 후에도 현금흐름을 높이기 위해 추가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믿었던 슈퍼히어로물인 ‘플래시’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미지근한 반응을 얻는 데 그쳤다.

파라마운트글로벌도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 손실이 올해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케이블TV 사업부 수익성이 광고시장 침체로 악화하자 올해 1분기 배당금을 주당 24센트에서 5센트로 대폭 축소했다. 이 회사가 배당금을 줄인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었다.

폭스코퍼레이션은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되면서 휘청이고 있다. 폭스뉴스는 4월 2021년 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투·개표기 업체 도미니언보팅시스템에 7억8750만 달러(약 1조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소송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폭스뉴스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미니언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음모론을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폭스는 선거 조작을 주장했던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을 퇴출했는데 그 이후로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영화·방송 작가들의 파업 장기화도 전통 미디어 기업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할리우드 작가 1만1500여 명으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은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를 대상으로 작가 처우와 근무 환경 개선, 인공지능(AI) 사용 제한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AI의 대본 작성을 제한해 작가 고유의 영역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콘텐츠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특히 이달 말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화, TV 배우들까지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미디어 기업의 고전과 달리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의 유료 계정 공유를 차단하기 위한 단속 조치를 강화하면서 기사회생하고 있다. CNBC는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해외 콘텐츠를 계속 제작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틱톡 등이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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