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밀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탓
폐기율 1917년 이후 최고
동유럽 과잉 생산, 강달러 등으로 미국산 경쟁력 비상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미 전역에서 재배되는 겨울밀 3분의 1가량이 수확되지 않은 채 버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1917년 이후 가장 높은 폐기율로, 1930년대 모래폭풍이 농가를 휩쓸었던 이른바 ‘더스트 볼’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폐기율이 역사적 수준으로 높아진 건 겨울밀이 가뭄에 제대로 재배되지 않은 탓이다. 겨울밀은 보통 늦가을에서 겨울 무렵 파종해 이듬해 봄에서 여름 사이 수확되는 밀을 의미한다. 5월과 6월 많은 곳에서 비가 내렸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발생한 폭염이나 가뭄에 비하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세계 5대 밀 수출국으로,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캔자스 등의 대평원에서 밀을 조달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캔자스의 경우 겨울밀 절반 이상이 매우 열악한 상태다. 2021년 캔자스에선 에이커당 52부셸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29부셸로 추정된다.
이렇게 버려진 밀은 건초로 사용되거나 보험 처리 후 새로운 씨앗을 뿌릴 때까지 남겨질 예정이다. 통상 농작물 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수확 비용의 60~75%를 돌려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산 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터라 농가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의 과잉 생산과 높은 철도 운임, 달러 강세 등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미국산 밀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지난달 기준 폴란드산 밀 수출 비용은 미국산 비용보다 톤당 107달러(약 14만 원)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밀가루용으로 미국산만 취급하던 제분소들이 유럽산 밀을 수입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온다.
WSJ는 “평범한 6월 중순이었다면 지금쯤 허리 높이의 황금빛 밀밭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며 “60년 만에 최악의 밀 수확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은 수년간 진행된 가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