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또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총파업은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부분 파업은 이주부터 시작됐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의료현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했다. 점검반은 의료이용 상황 파악, 비상진료기관(보건소 포함) 운영현황 점검,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의협이 주도하는 보건복지 의료연대는 지난달 27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자 “간호법 및 면허박탈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며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며 “다음 주부터 부분 파업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일에는 총파업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의료계를 달랠 수단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활용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될 가능성이 존재해서다. 재의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한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면 과반 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재의결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재의결을 돕는 꼴이 된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해도 결과는 미지수다. 앞선 본회의에서 간호법은 찬성 179표, 기권 2표로 의결됐다. 간호법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내 이탈표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 어떤 경우든 거부권 행사는 여당에 정치적 부담이 크다.
정부 내에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거부권에 준하는 ‘특별 조치’가 없다면, 의료계의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간호법 처리 과정에서 의협 내 ‘온건 지도부’에 대한 불만과 강경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협은 그간 대정부 투쟁에서 모두 승리한 경험이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땐 의과대학 정원 축소와 의료인 면허 취소사유 축소를 얻어냈고, 2014년과 2020년에는 정부가 추진하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를 각각 중단시켰다.
특히 2020년에는 의협의 총파업에 동참해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끝내 재응시 기회를 얻었다. 이 일로 당시 의·정 갈등은 의료계의 완승으로 끝났다.
의협이 실제 총파업에 나선다면 정부로서도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조합 등에 내세웠던 ‘법치’를 의협에는 달리 적용하기 어렵고, 파업을 빌미로 정책을 중단하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도 의·정 관계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정부는 의료계의 추후 행보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