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라면 안 삽니다.” 최근 만난 국내 증권사 매니저의 말이다. 코스닥 기업 에코프로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얘기 중에 나온 말이었다. 당시 에코프로의 주가는 40만 원대. 그 이후로 20만 원 이상 주가가 더 올랐다. 이 매니저는 국내 증권사 사내 수익률 대회에서 상위권을 늘 차지하는 실력파다.
그가 보는 눈이 없어서 에코프로에 안 들어가겠다고 말했을까. 그가 말하는 이유는 이렇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앞으로의 상승 폭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의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흔히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말이 있는데, 어깨에서 사서 머리에서 팔 확률보다 어깨에서 사서 그 아래로 떨어질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론적으로 에코프로 주가는 떨어지지 않고 더 올랐다. 한 달이 지난 후 그의 생각을 다시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배 아파하기보다는 내 운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기회는 또다시 찾아오기 때문에 뒤늦게 리스크를 안고 추격 매수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차전지주들이 급등하자, 상장기업들이 앞다퉈 이차전지 사업에 나섰다. 정확히 얘기하면 나서겠다고 시장에 널리 알렸다. 에코프로를 못 잡았던 개미들은 이차전지주에 올라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차전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코스닥 기업은 16곳이다. 사업목적 변경을 예고한 기업과 유가증권까지 합하면 1분기에만 100개에 가까운 기업이 사업목적에 이차전지를 추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시감이 든다. 과거 중국, 화장품, 바이오, 대북, NFT, 메타버스, 마스크, 코로나19 진단키트, 백신 등 시장에 테마 바람이 불 때면 상장기업들은 어김없이 신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주가는 급등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주가가 내려가면 회사는 다시 새로운 테마에 올라탔다. 이차전지 거품도 걷히고 나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올 게 뻔해 보인다.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