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판매계약을 맺은 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9민사단독 박연주 판사는 이랜드리테일과 위탁판매계약을 맺은 A 씨가 이랜드리테일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2015년 7월부터 이랜드리테일 소유의 상품을 공급받아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고, 판매실적에 대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판매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의 계약은 2019년 6월에 종료됐다.
A 씨는 “이랜드리테일과 형식적으로는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에 있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의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이랜드리테일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A 씨는 스스로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피고의 상품을 판매한 독립된 사업자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돼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소정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2006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박 판사는 “이랜드리테일이 개별 상품 판매 가격을 정하고 할인판매를 금지했다는 사실만으로 A 씨에게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A 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랜드리테일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항상 매장에 상주할 필요 없이 스스로가 고용한 판매원에게 매장의 업무를 맡기고 본인의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게 가능했다. 또 이랜드리테일이 A 씨에게 매출 목표를 지시하고 달성을 독려하기는 했지만, 이는 모두에게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다. 즉 매출 목표 달성 지시 및 독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박 판사는 “결국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퇴직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