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경기장 명명권의 저주’ 재연

입력 2022-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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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팀 경기장 명명권 계약한 많은 기업들 파산
구단, 홈구장 이름서 FTX 떼고 계약 종료 압박
엔론은 저주 대표적 사례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구단 홈구장에 ‘FTX 아레나’ 사인이 보이고 있다. 마이애미(미국)/AP뉴시스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구단 홈구장에 ‘FTX 아레나’ 사인이 보이고 있다. 마이애미(미국)/AP뉴시스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경기장 명명권의 저주를 재연했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와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구단 홈구장 명명권 계약을 했던 FTX가 파산에 이르면서 경기장에 자사 이름을 붙였던 기업의 끝이 좋지 않다는 저주를 다시 확인시켰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카운티는 지난해 FTX와 19년짜리 명명권 계약을 하고, 마이애미 히트 구단의 홈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바꿨다. 계약금은 총 1억3500만 달러(약 1789억 원)로 FTX는 지난해 550만 달러, 올해 1400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FTX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카운티는 경기장 이름에서 FTX를 뗐다. 이후 새로운 스폰서를 찾을 수 있도록 FTX 파산 재판 법원에 계약 종료를 요청했다.

카운티는 FTX가 금융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FTX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대상이 됐을 뿐 아니라 샘 뱅크먼-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통해 고객 자금 관리를 잘못했다고 시인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카운티 변호사는 “FTX가 반복적으로 계약을 위반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단은 계약 종료가 조기에 이뤄질수록 파산 소송에서 청구하는 금액을 줄이겠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로 계약을 종료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기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파국을 맞이한 기업은 FTX뿐만 아니다. 내셔널카렌탈센터, 아델피아콜로세움, 체서피크에너지아레나, 트랜스월드돔, PSI넷스타디움, MCI센터 등의 경기장 명명 기업은 모두 채무초과 상태에 이르거나 그 이상의 사태에 빠졌다.

FTX 신임 CEO인 존 J. 레이 3세가 구조조정을 맡았던 에너지 기업 엔론 역시 미국프로야구(MLB)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명명권 계약을 맺고 홈구장 이름을 ‘엔론 필드’로 변경했다. 그러나 엔론이 회계 부정으로 무너지면서 해당 계약이 무산됐다.

한편 FTX의 마이애미 구단 경기장에 대한 다음 계약금 지급 기한은 내년 1월 1일로 5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카운티 변호사들에 따르면 다음 지급 시점까지 계약이 유지될 경우, 550만 달러는 카운티가 계약 조기 해지료로 청구한 1700만 달러에 가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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