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중·고교 예산 3조원을 떼어 내 대학에 지원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지난 14년 동안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절벽’으로 대학들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의 이런 계획은 국회에 계류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 등 관련 법안이 먼저 처리돼야 시행할 수 있다.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감들의 반발도 큰데다 여소야대 상황인만큼 언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향’을 발표했다.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특별회계)를 신설해 11조2000억 원을 조성하고 이 돈을 대학에 지원하는 내용이 이번 방안의 골자다. 11조2000억 원 가운데 8조 원은 기존에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던 예산이다. 나머지 3조 원가량이 핵심인데, 초·중등 교육 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일부인 국세 교육세를 특별회계에 넣기로 했다.
특별회계의 핵심은 교육교부금의 재편이다. 기재부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으니 교육 예산을 줄여야 하고, 특히 내국세의 20.79%를 교육 예산으로 자동 배정하는 교부금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입장이 강했다. 교육부는 학생 수는 줄어들지만 학급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미래 교육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교육 재정은 필수적이라며 맞서왔다. 평행선을 달리던 교육과 재정 당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초·중등과 고등교육 분야 모두 균형 있게 투자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법정 특별회계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교육부는 특별회계 신설로 대학들의 재정적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조 원 규모인 대학의 일반재정지원은 1조9000억 원까지 늘어난다. 특히 지금까지 교직원의 인건비와 경상비 활용에 제한을 뒀지만, 앞으로 이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기본역량진단은 대학별 자율 성과평가와 정부의 사후 성과점검 체제로 전환한다.
다만 특별회계는 법률 제·개정이 필요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륭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오전 “유·초·중등 학부모와 교육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고 있는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안에 강력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협회는 “유·초·중등교육은 거의 모든 국민의 받아야 하는 보통교육"이라며 “정부는 국가 책임 교육 실현을 위한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안 통과 전망에 대해 “법안이 반드시 정기국회 내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특히 야당 의원을 대상으로 내용과 취지를 설득해오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의 대책에 대해선 “특별회계를 신설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시행령이나 하위 규정으로 무엇을 만들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법 통과에 주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초·중등 교육에 쓰는 예산으로 고등 교육에 투입하는 것을 비판하는 일부 교육계와 야권의 비판에 대해서는 “꼭 뺏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효율적으로 전체를 운용하고, 균형점을 찾는다는 차원에서 설득을 하고 있고,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