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우나 여럿이 모여 해라”…그리스 “땔감 무료 나눔”
올겨울 버티기 충분 vs. 내년 한층 힘들 것 우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월 있을 러시아산 가스 공급 전면 금지를 앞두고 바삐 움직이는 유럽 국가들을 소개했다.
독일은 연말 폐쇄하기로 했던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기로 했고 프랑스에서 스웨덴에 이르기까지 주요국은 기업과 가정 내 실내 적정온도를 19도까지 낮췄다. 슬로바키아에선 정부가 자국민에게 샤워를 2분 내로 할 것을 주문했고 그리스에선 무료 땔감 나눔 행사도 열었다. 사우나가 전 국민의 취미인 핀란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친구나 가족끼리 모여 한 번에 사우나를 즐길 것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유럽 전역의 지하 저장고엔 비상용 가스 재고가 가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액화천연가스(LNG)를 담은 유조선이 스페인 앞바다에서 며칠째 대기하고 있는데, 유럽 국가들이 단기에 많은 가스를 비축하는 바람에 연료를 들일 공간이 부족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유럽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수 있다는 예보까지 나오면서 각국은 에너지 절약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날 영국 기상청은 향후 3개월간 자국 평균 기온이 4~6도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기온보다 낮은 수준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캐롤라인 베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난방 관련 가스 수요가 올겨울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기상청의 예측이 영국에 국한돼 있지만, 전통적으로 유럽 전역의 날씨 예측에 활용되는 ‘북대서양 진동’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어 유럽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짚었다. 북대서양 진동은 아이슬란드 저기압과 아조레스 고기압 사이에서 해면 기압의 차이가 시소처럼 변동하는 현상으로 북대서양과 그 주변 대륙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상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럽의 철저한 대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벨기에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시몬 탈리아피에트라 선임 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의 조치는 주목할 만하다”며 “유럽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러시아와의 분리를 완전하게 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현재로서 정전이나 가스 부족 위험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라이스타드에너지 역시 보고서에서 “올겨울이 매우 추워지지 않는 이상 유럽은 버틸 수 있는 충분한 가스를 저장 중”이라며 “천연가스 가격은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러시아가 유럽에 기존 공급분의 10%도 되지 않는 양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선 유럽 에너지 안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주 발간한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러시아 가스를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 확보가 더디고 천연가스 재고가 소진되고 있어 유럽은 내년 더 힘든 겨울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