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개선 의지, 나토 협력, 한미일 공조 강화 등 한 목소리
내달 10일 日선거 뒤 대화 본격화…외교장관회담부터 개시
안보협력 중심이라 日군비증강 의지에 반일정서 건들 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4번 마주했다. 관심을 모았던 양자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여러 차례 접촉하며 내달부터 본격화될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국왕 초청 갈라 만찬장에서 처음 만나 3~4분가량 이야기했다. 기시다 총리가 먼저 인사를 건네며 시작된 대화였다.
29일에는 나토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자 정상회동에서, 또 4년 9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정상회담에서 마주했다.
한일 정상은 같은 날 본행사인 나토 동맹국·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또 다시 대면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아태 4개국 정상 기념촬영에서 나란히 선 이후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한일 정상은 잇단 만남에서 과거사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은 언급치 않았지만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먼저 만찬장에서 윤 대통령은 “(내달 10일인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한일 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사의를 표하며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해주는 걸 알고 있다. 한일관계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발전토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4자 정상회동에선 한일 정상 모두 아태 4개국 정상이 모인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토와의 협력을 통한 국제사회 평화 기여를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한미일정상회담에선 양 정상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3각 공조 강화를 입 모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미일 동맹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도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나가고자 한다”며 일본 자위대 군비증강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가진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에 대해 “한일 현안을 풀어가고 양국 미래의 공동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하게 됐다”고 한일관계 개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대로 내달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한일관계 개선에 본격 나선다. 당장 박진 외교부 장관이 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장관은 그 전에도 내달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도 나란히 자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일관계 개선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까지 북핵 위협을 명분 삼아 안보협력을 내세워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일본이 이를 빌미로 자위대 방위력 강화를 시도할 경우 국내 반일 정서를 건들 수 있다. 이미 기시다 총리는 한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직접 언급한 상태다.
일본의 군비증강 의도가 노골화되면서 반일 정서가 커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난항을 겪고 있는 강제징용과 위안부 과거사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특히 강제징용 문제는 우리 대법원의 피해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라 해결이 쉽지 않다.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할 민관합동기구 출범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