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궁으로 빠져든 ‘구미 3세 여아 사건’, 다시 짚어보니

입력 2022-06-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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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미 3세 여아 사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수사기관이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숨진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 모(49) 씨가 사실은 친모였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대법원은 그러한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는 아이를 왜 바꿔치기했는지 증명이 안 된다며 석 씨에게 내려진 징역 8년 형 판결을 파기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10일 경북 구미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데서 시작했다. 당시 석 씨는 사망한 3세 여아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 친모로 알려졌던 김 모(23) 씨가 경찰에 구속되며 아동학대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숨진 아이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이 친모가 김 씨가 아닌 석 씨로 밝혀지며 큰 충격을 줬다. 경찰과 검찰은 이후 석 씨가 친딸인 김 씨와 비슷한 시점에 출산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한 것으로 사건을 정리했다. 그러나 미성년자 약취(납치)와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석 씨는 “출산도, 아이 바꿔치기도 없었다”며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1·2심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던 ‘석 씨가 숨진 여아 친모인가’에 대해 유전자(DNA)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이를 토대로 유죄를 인정,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하급심과 전혀 다른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16일 석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석 씨의 바꿔치기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사망 여아)를 피고인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피해자(납치 여아)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숨진 아이가 석 씨의 딸임은 확인됐지만, 그게 곧 아이를 바꾼 혐의까지 증명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양태)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여아의 시신을 유기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죄는 2심까지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바꿔치기 범행 역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지, 무죄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유전자 검사 결과의 증명력을 엄격히 판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석 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라는 사실만 증명할 뿐, 바꿔치기 혐의를 직접 입증하는 증거는 아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별도의 사실관계인 쟁점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형사증거법의 일반적 법리에 따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석 씨의 딸인 김 씨는 친딸로 알고 키운 동생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됐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대구고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후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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