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가루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의 식용유·팜유 등 수출 금지 결정으로 인해 밥상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밀 수입량은 42만9376톤, 수입금액은 1억7244만8000달러로 톤당 가격은 402달러였다. 전월 대비로는 8.8% 급등했으며, 2008년 12월(406달러)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특히, 밀 수입단가가 4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수입 밀 가격의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영향과 전 세계적인 물류난으로 해상운임이 상승한 영향에 따른 것이다. 국내 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사료용 밀을 수입하고 있다. 식용 밀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의 지난달 밀 선물 가격은 톤당 40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밀 수입 가격은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입 밀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식품이나 사료 등의 가격 역시 덩달아 올라 물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가 28일부터 팜유 원유 수출을 전격 중단하면서 콩기름 가격도 역대 최고로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대두유(콩기름) 가격은 한국시간 28일 오전 한때 전날보다 0.87% 오른 파운드당 85.46달러(약 10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앞서 28일 자국 내 식용유 가격 안정을 위해 식용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 팜유는 팜 나무의 열매를 쪄서 압축 채유해 만든 식물성 유지로, 식용유나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것은 물론 화장품·세제·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도 활용된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수출 중단 조치로 인해 라면·과자 등 상당수 식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밀가루와 식용유의 가격은 이미 올해 1분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5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서울과 경기도 420개 유통업체에서 생활필수품 35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밀가루 가격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5.2% 올랐고 식용유도 같은 기간 12.6%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발간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국제 곡물 시장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高) 곡가는 가공식품, 배합사료, 축산물, 외식 등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물가 관리를 위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 대체 원산지 개발과 국내 물가 영향 최소화를 위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비축 등의 국내 공급 기반 확대, 국제 곡물 유통 부문의 진입을 통한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