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전망인 가운데 금융 공공기관 중 ‘1호 노동이사’를 배출할 곳이 어디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노동이사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이지만, 정관계와 노조의 노동이사 선임에 대한 요구가 거세 법 시행 이전부터 노동이사 선임 준비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동이사제가 적용되는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개 기관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후속 조치 마련에 돌입했다.
전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 1명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시행 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로,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공공기관은 법안 통과 이후 노동이사제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신보는 당장 이달 2명의 비상임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캠코는 4월 2명, 주금공은 6월 3명, 예보는 8월 3명의 비상임 이사 임기가 끝난다.
공운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가장 먼저 비상임 이사를 선임하게 된 신보는 아직 법이 공포되지 않은 만큼 현재 공운법에 따라 비상임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신보 관계자는 “현재 법에 따라 비상임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법이 시행되면 도입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 역시 제도 도입부터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본회의가 통과됐더라도 대통령 재가 사안이라서 빨라야 2~3월에 재가를 받으면 8~9월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공공기관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받고 시행령 개정도 하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인데 당장 도입하라고 해서 바로 도입이 될 수 없고 기관의 상황에 맞게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법안 공포 절차와 금융 공공기관별 준비 상황을 따지면 일러도 8월경에나 비상임 노동이사 선출 가능성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 공공기관은 노동이사 선임 시기의 ‘변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당장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고 주요 대통령선거 후보 역시 모두 노동이사제에 찬성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이날 참모회의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공공기관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되는 법안”이라며 “준비에 만전일 기하고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이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일부 기관 노조가 법 시행 이전 임기가 만료되는 비상임 이사 자리에 노동이사제 조기 도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3월 대선 등 변수가 너무 많아 노동이사 선임이 언제 된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을 넘어 민간 금융기업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통상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노조추천이사제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도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 다각도의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