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이 11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일제히 유감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상의는 이날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 명의로 논평을 내고 “노동이사제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도입한 제도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풍토와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는지도 의문”이라며 “경제계는 특히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의무화를 시작으로 향후 민간기업까지 이를 의무화하는 데로 나아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 경제체제와 부합하지 않고,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수차례에 걸쳐 재검토가 필요함을 요청해왔다”며 “그런데도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는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 간 갈등과 쟁의행위가 빈번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투쟁이 활발한 우리나라 노조의 특성상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국민의 편익 증진이라는 공공기관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경련은 “더욱이 노동이사제는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 저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의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의 이유로 비판이 많은 제도”라며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향후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단체들은 이런 부작용들을 예방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총은 “비록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확정됐지만, 향후 운용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노동조합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은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한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우리 시장경제에 큰 충격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향후 민간기업 확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경련도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함께 모색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공기관운영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이사를 1명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격은 3년 이상 재직 근로자에게 주어지며, 임기는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는 2년이다.
개정안은 올해 7월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