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주목…빅데이터 기반 AI·가상세계·액티브ETF가 대안”
“2013년부터 이어져 온 ‘돈의 홍수’ 즉, 유동성 확장의 시대가 얼추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증시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강 회장은 1999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설립해 20년 넘게 이끌고 있다.
강 회장은 최근의 국내 증시 하락에 대해 “몇 년 동안 이어진 상승장이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는 것”이라며 이를 놓고 “이유 있는 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금리 인상 등 앞으로 유동성 확장의 시대가 끝났다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급상승은 끝났다”면서 “코스피 지수가 2900 초반을 터치했는데, 박스권 상단은 만들었고 하단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지수 저점은 완성됐다고 보기 아직 이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 국내 증시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인으로 전 세계의 금리 인상과 가계 부채 문제를 꼽았다.
강 회장은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가치 측면에서 상장 기업의 이익이 개선된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뚫고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3~2016년 코스피 지수가 2000 포인트를 오가며 박스권에 갇혔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같은 증시 전망 속에서 강 회장은 국내외 플랫폼 기업에 주목하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기술적 진보와 퇴보가 가속하고 있는 과정에서 컨베이어벨트와 같은 ‘라인 조직’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라인 조직이 서서히 해체되면서 기업들은 애자일(Agile) 시스템을 강요받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분절화가 필요하고 최고의 플랫폼 1등 기업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여전히 플랫폼 시스템화는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눈여겨보는 또 다른 분야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데이터 보안 및 처리 등이다. 그는 “데이터를 기초로 한 인공지능 산업에서 새로운 혁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불록체인과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이 가져다준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나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B2B(기업 간 거래) 메타버스’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도 강 회장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분야다. 그는 비전통적 자산의 부상에 따른 전통 자산과의 대결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자산은 △썩지 않으면서 보존성을 갖춰야 하고 △저장비용이 적게 들어야 하며 △쉽게 상대방에게 건넬 수 있는 이동성을 지녀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가상화폐가 모두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또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폐에 혼을 넣으면서 가상화폐가 희소성도 갖추게 됐다고 설명한다.
다만, 강 회장은 “가상화폐에서 ‘잡코인’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누적적으로 공급량이 쌓이고, 가격이 부가된다면 가상화폐의 잠재적 시가총액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불균형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며 “잡코인의 시총이 사라져야 균형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박스권에 갇힌 국내 증시의 대안으로 ‘액티브 ETF’를 꼽기도 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최근 ‘에셋플러스 코리아플랫폼액티브’,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 등 주식형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 2종을 상장시켰다.
강 회장은 “패시브(지수 추종 펀드 등)와 직접 투자의 중간에 있는 게 액티브 ETF라고 본다”며 “지수의 상승이 유지되기 힘들다면 자금이 패시브 쪽으로 안 갈 것이고, 어떤 종목을 사도 성과가 있었던 직접투자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대안으로 액티브 펀드에 시장 자금이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마다 흥분과 공포를 이기는 것이 다르다. 흥분할 때 고가에 사고, 공포심에 저가에 파는 투자자들이 부의 상승에 편입하지 못한다. ‘좋은 기업 찾기’를 해결해주는 게 펀드다”며 “과거 수십 년 동안 좋은 펀드가 아닌 인기 펀드 위주로 자본시장이 전개되면서 펀드가 좋다는 인식을 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공장 로봇화, 자율주행화 등으로 근로시간이 줄고, 알게 모르게 근로자들의 근로소득도 줄 것”이라며 “기업에서 근로소득이 준다는 것은 이익이 난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주주의 기업으로 이익을 만들어 간다. 그 기업의 주인으로 등장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