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영·인도 동참…주요 소비국 자율적 공조 따른 첫 행동
“미봉책일뿐”…미국 추가 조치·OPEC+ 대응 초점
23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이날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영국 등 5개국과 함께 전략비축유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이들을 ‘반(反) 석유수출국기구(OPEC) 동맹’이라고 칭하고 있다.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5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풀기로 했으며, 한국은 방출 규모와 시기 등을 추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인도와 일본은 각각 약 500만 배럴과 42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방침이다.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선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이자, 지난 2011년 리비아 내전 이후 10년 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특히 이번 방출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가 아닌, 주요 석유 소비국들의 자율적 공조에 따른 첫 행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경제·안보 등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고유가에 따른 경제 악영향과 자국 내 정치적 타격을 피하고자 양국 정부가 ‘오월동주’를 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이례적인 조처가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다. 애석하게도 현재까지 시장의 분석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대부분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대체로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애널리스트는 “1~2개월은 원유시장의 수급이 인위적으로 느슨해질지도 모르지만,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관련 투자 회사인 톨토이즈의 롭 툼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은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석유 비축량은 한정적이며, 이들은 매달 석유를 방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미국이 역사상 최대 규모로 비축유를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거시적으로 보면 이는 전 세계가 대략 12시간마다 소비하는 양이기도 하다. 이밖에 방출한 전략비축유를 나중에 반환해야 하는 미국 스와프 프로그램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추후 어딘가에서 공급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CNN은 “중국이 실질적으로 원유를 대규모로 방출하지 않는다면 이번 자율적 공조는 ‘게임체인저’라기보다는 ‘반창고’에 가까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아직 비축유 방출 관련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런 회의적인 시각에 반 OPEC 동맹의 비축유 방출 소식에도 국제유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3% 뛴 배럴당 78.50달러에 마감했으며 브렌트유 가격은 3.3% 급등했다.
원유시장의 초점은 바이든 대통령의 추가 대응과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들로 구성된 OPEC 플러스(+)의 반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백악관은 유가를 잡기 위해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는 원유 수출을 금지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반면 OPEC+는 전략비축유 방출과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봉쇄 등을 이유로 추가 증산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들은 다음 주 회의에서 하루 40만 배럴 증산 규모를 유지할 방침이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OPEC+가 추가 증산 계획을 폐기할 시에는 ‘핵 옵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