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산업이 위태롭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고, 차세대 성장 먹거리를 책임질 인재도 부족하다. 정부의 정책지원 부재까지 겹치며 우리나라 주력 산업은 경쟁력 저하 우려에 직면했다.
18일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업체의 국내외 판매는 56만8308대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0% 가까이 감소했다. 추석 연휴에 따른 근무 일수 감소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서 작년 동월 대비 22.3% 감소한 28만1196대를 판매했다. 국내 판매는 34.6%, 해외 판매는 19.4% 감소한 수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이 영업일 기준으로 닷새간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그랜저 내수 판매가 작년 동월 대비 72.3%나 급감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생산한 자동차는 총 76만1975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역시 반도체 부족의 덫에 걸렸다. 삼성전자는 애초 이번 달 내놓을 예정이었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1 FE 출시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새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른 배터리 업계는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국내 배터리 업계 연구와 설계 등 석사학위 소지자들이 필요한 자리에 3000여 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배터리 3사’가 전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라며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 기업들이 고임금을 제시하며 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어 국내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업계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후방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21대 국회에 계류된 고용·노동 법안 중 62.9%가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계 우려의 목소리에도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 탄소중립기본법 등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규제 3법이 줄줄이 통과돼 내년부터 한꺼번에 시행된다. 여기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0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고,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도체특별법의 진행속도는 게걸음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5대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최근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대해 “수출은 외형상 호조세이나 내용 면에서는 부진한 업종들이 적지 않다”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애로 등이 겹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희망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