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석탄발전소 건설도 7개
미ㆍ일ㆍ캐나다 이미 감축 목표 올려
유럽은 5~10년내 석탄 퇴출 목표
"넷제로 선언에도 불구, 구체적 시나리오도 없어" (정상훈 캠페이너)
"국제사회 탄소감축 핵심정책은 에너지 세제, 우리나라는 글쎄..." (김해동 교수)
'탄소중립 실현'을 마주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자 민낯이다.
29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30일엔 서울에서 주요국과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찾는 'P4G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현 정부의 탄소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7개월 전 이미 넷제로(탄소중립)을 선언했음에도 실천을 위한 구체적 시나리오도 없으며, 그 어떤 환경도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등 전문가 3명에게 앞으로 닥칠 더 큰 위기에 보다 빨리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방향, 대비책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 민간 싱크탱크 LAB2050(랩이공오공)에 따르면, 연간 38조 원에 달한다. 1년 나라 예산의 7%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만큼 탄소 배출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이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당장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넷제로를 위한 구체적 목표와 실천방안 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 캠페이너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선언만 했지, 이를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로드맵이 없다"면서 "특히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중요한데, 최근 기후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22일 지구의날을 맞아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 등 주요국가들은 2030년 NDC를 기존 계획 대비 크게 상향한 수치를 발표했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목표치 수준을 그대로 발표하며 "연내 추가 상향할 것"이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 배출전망치(BAU)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해 1차 상향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상향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올초 기후협약 회의에서 낸 감축안과 이번에 회의에서 낸 목표량은 사실상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달이 지난 이번 P4G 정상회의에서도 우리나라는 NDC 상향 의지만 재확인할 뿐 구체적 수치는 내놓지 못했다.
반면, 다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크게 상향한 상태다. 일본은 당초 감축 목표(26%) 대비 46%, 캐나다는 기존 30%에서 36%, 미국은 2005년 목표치 대비 2배 수준인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55%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NDC를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 부재도 문제다. 우선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정 캠페이너는 "2030년 중기목표치 뿐 아니라 석탄발전, 내연기관 판매 중단 시점, 재생에너지 방안 등 실질적인 탄소 감축을 위한 시나리오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럽은 국가별로 2025년~2040년 내연기관 퇴출, 2030년 가량 석탄을 퇴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는 신규 해외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을 선언한 게 전부다.
양이 의원은 "당장 석탄발전소를 줄여야하는데, 건설 중인 발전소만 7개"라며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면서 탄소중립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양이 의원은 석탄 등의 중심의 전력산업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에너지전환지원법'을 발의했다.
김 교수도 "정부가 석탄발전소 문닫겠다, 줄인다 등 얘기는 안하면서 전기차, 수소차 보급은 빨리 하겠다는 얘기는 한다"면서 "전기차, 수소차 연료는 결국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며 내연기관차보다 이산화탄소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하는데, 이게 과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선 양이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만 탄소중립이 실현 가능하며 석탄발전소, 전기차 산업공정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공감대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우리나라는 국토도 좁고 건조지역도 없어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가 들어서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주민 반발도 심해한 상황에서 태양광, 풍력에만 집중돼 있다"면서 "유휴농지 활용한 바이오엔탄올 감자 생산, 유채꽃 활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탐소 감축 방안 중 하나로 에너지 세제 정책도 거론됐다. 김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한 가장 핵심정책 중 하나는 탄소세, 환경세 등"이라며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며 피해를 적게 주는 연료일수록 세제를 약하게 , 저질 연료일수록 세제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산화탄소, 환경오염물질 등을 많이 배출하는 연료일수록 세제가 더 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