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장에 따라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전국 석권을 선전 포고하면서 온라인 쇼핑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쿠팡은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추가해 직매입 사업 확장은 물론 풀필먼트시스템을 갖춰 오픈마켓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와 있고, 신세계·이마트를 등에 업은 SSG닷컴까지 오픈마켓에 진출하면서 티몬과 위메프 등의 기존 업체들은 방어 전략 짜기에 한창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지난달 ‘쓱 파트너스’을 열고 판매자를 모아 20일부터 오픈마켓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현재는 별도의 탭이나 카테고리를 구성하거나 큐레이션 추천 등 없이 검색을 통해서만 노출이 된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서면서 사업이 겹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오픈마켓 나서기보다는 시장성 파악에 나선 수준으로 풀이된다.
SSG닷컴은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거쳐 상반기 중에 이 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오픈마켓 강자인 이베이 인수전 결과가 5월 중으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식 도입 시기를 맞췄다는 해석도 나온다. SSG닷컴은 오픈마켓이 정식 도입되면 현재 취급하고 있는 약 1000만 종의 상품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 대부분은 오픈마켓도 운영 중이다. 쿠팡은 빠른 배송 시스템인인 직매입 사업 외에도 오픈마켓 서비스를 하고 있고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인터파크 등도 오픈마켓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빅3인 홈플러스도 최근 통신판매중개업을 신청하며 오픈마켓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업체들의 연이은 오픈마켓 사업 강화는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와 맞닿아 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성공으로 대대적인 투자가 예고된 데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치열해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무한 경쟁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덩치를 불려 놓지 않으면 순식간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다.
특히 현재 쿠팡의 취급상품수가 2억 개, G마켓이 1억여 개인 것과 비교할때 SSG닷컴은 1000만 개에 그치다 보니 직매입 상품만이 아닌 오픈마켓 사업을 해야 취급품목을 늘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롯데온(ON) 역시 지난해 4월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하면서 취급 상품 수가 180만 개에서 2500만 개로 치솟았다.
쿠팡의 스셜커머스 동기 위메프와 티몬의 오픈마켓 시장 전략은 우선 판매 수수료를 낮춰 최대한 양질의 판매자를 끌어들이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위메프는 업계 최저 수수료인 2.9%(VAT별도) 정책을 도입해 판매자 모시기에 맞불을 놓는다. 위메프는 한때 직매입 사업인 ‘원더배송’과 ‘신선생’ 등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매출비중이 3%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픈마켓이 주력 사업이라는 얘기다.
기존 오픈마켓은 상품별로 다른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위메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운영 중인 플랫폼 정률 수수료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특히 위메프의 정책은 파트너사와 판매조건에 제한이 없다. 아울러 수수료 안에는 통상 3% 안팎에 달하는 신용카드 결제수수료까지 포함돼 국내 최저 수수료를 운영 중인 네이버보다 낮은 파격적인 조건이다.
온라인쇼핑 전체 평균 수수료 13.6%로 네이버쇼핑의 경우 매출 연동 수수료는 2%에 신용카드 결제수수료 3.74%를 더하면 5.74%(VAT 포함) 수수료가 발생한다. 카카오는 기본 수수료 3.5%에 노출수수료 2%가 더해져 판매 수수료는 5.5%(VAT 포함) 수준이다.
티몬 역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업체는 이달부터 5월까지 한시적으로 파트너사의 판매수수료를 ‘-1%’로 책정하는 새로운 개념의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실시 중이다. 일정 기간 수수료를 0%로 낮추거나 부분 감면하는 기업들은 더러 있지만, 마이너스 수수료를 내걸어 판매수수료를 환급해 주는 것은 처음이다. 통상 3%대인 결제대행(PG) 수수료도 티몬이 부담한다.
다만 ‘단일 품목 판매 상품’을 등록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티몬에 판매 상품을 등록할 때 옵션을 포함하지 않은 개별 단위의 상품을 단일 등록 카테고리에 등록한 판매자에 한해서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티몬 관계자는 “파트너와의 상생협력을 기반으로 좋은 상품들을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해 플랫폼 경쟁력를 강화할 것”이라며 “마이너스 수수료의 연장 연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수수료는 오히려 판매자에 자리세까지 쥐어주며, 들어와 달라고 사정하는 전략”이라며 “덩치 불리기 외에도 오픈마켓 시장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재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롯데나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하게 될 경우 이커머스 전체가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되는 만큼 그 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필생의 전략인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