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으로 확보된 실탄으로 신선식품 물류센터 확충에 집중하면서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도 신선 그로서리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신선식품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0% 내외에 그쳐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배송’이 업계 최초로 ‘셀러플렉스(Seller Flex)’를 론칭한다고 13일 밝혔다. ‘셀러플렉스’는 입점한 판매자들의 물류센터에서 바로 출고해 고객에게 배송되는 방식이다. 자체 콜드체인을 보유하지 않아 신선식품 배송이 어려웠던 이베이코리아가 냉장·냉동 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기존 판매자들의 경우 상품 재고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스마일배송 물류센터에 옮기는 방식으로 스마일배송에 입점해 왔다. 그러나 신선식품 전용 센터를 보유한 판매자가 셀러플렉스를 활용할 경우, 상품의 이동 없이 기존 센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스마일배송 입점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이번 론칭과 함께 어패류 등 해산물을 취급하는 ‘비비수산’, 해산물 업체 ‘순천만수산’, 수입육 기업 ‘누리푸드’, 생물 크랩류를 공급하는 ‘은하수산’ 등이 셀러플렉스 모델로 스마일배송 판매를 시작했다. 스마일배송 셀러플렉스 제품의 경우 오후 6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된다.
미국 증시 상장으로 5조 원의 자금을 확보한 쿠팡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물류센터 마련이다. 3200억 원을 투입하는 축구장 46개 넓이의 대구 국가산단 물류센터와 2200억 원의 광주 센터, 3000억 원을 들이는 창원 물류센터 등은 모두 신선식품 취급 시스템을 갖춘 물류센터다.
쿠팡은 현재 170여 개의 크고 작은 물류 거점을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재 공산품 중심으로 빠른 배송에 나서고 있고, 콜드 체인을 갖춰야만 하는 신선식품 등은 취급 품목과 배송 캐파가 제한적이다. 2019년 쿠팡의 식품 비중은 10% 미만이며 신선식품 비중은 3% 내외로 추정된다. 국내 석권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신선식품에 집중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마켓컬리도 지난달 국내 최대 신선 물류센터인 김포 물류센터 오픈해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에 대비한 물류 시스템 운영에 나섰다. 김포 센터는 총 2만 5000여평으로 식품을 취급하는 신선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상품의 최적 온도에 따라 상온과 냉장, 냉동센터를 갖췄고, 기존 운영해 오던 서울 장지 센터 등 4개를 포함한 전체 운영 면적의 1.3배의 규모로 운영된다.
마켓컬리는 김포 센터과 장지 센터를 중심으로 수도권 외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 진출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동탄 신도시까지 샛별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전과 세종을 유력한 후보 지역으로 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프레시몰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열었던 ‘채소 초저가 몰’을 상시 운영하며 신선식품 공략에 속도는 높인다. 여기서는 물가 민감도가 가장 높은 채소 50여 종을 선정하고, 주요 대형마트 온라인몰의 유사 상품 가격을 모니터링해 매일 2회 가격 정책을 조율해 저가를 유지한다.
롯데온이 최근 부산 지역에 서비스하기 시작한 ‘새벽에ON’도 신선식품 중심의 새벽배송 사업이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의 네이버가 ‘장보기’ 서비스를 론칭해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식품관, GS프레시몰 등을 입점시키고, 이마트와 지분 교환으로 협력을 강화한 이유도 신선식품 사업 강화를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신선식품은 크기와 신선도가 달라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경우가 많아 대형마트의 대표적인 전략 상품이다. 실제 소매 부문의 이커머스의 온라인 시장 침투율은 40% 내외인데 반해 신선식품은 20% 가량으로 평가된다. 아직까지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어 이커머스가 뺏어올 파이가 많다는 얘기다.
특히 신선식품은 구매 주기가 짧아 트래픽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도 꼽힌다. 접속량과 접속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2배 이상 성장한 마켓컬리나 이마트를 등에 입은 SSG닷컴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슈퍼루키’로 발돋음한 것도 신선식품 경쟁력이 높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이에 반해 오픈마켓 중심인 위메프와 11번가의 지난해 실적은 주춤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산품은 경쟁이 치열한 데다 주로 가격 경쟁이 이뤄져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신선식품은 이커머스가 아직 승기를 잡지 못한 분야로 쿠팡과 네이버와 함께 아직은 점유율이 미미한 SSG닷컴을 향후 이커머스 빅3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