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측 “정체된 선박 422척 통행 완료까지 사흘 반 예상”
공급망 혼란 수개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 관리청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운하 내부나 양 끝에 묶여 있는 선박은 422척에 이른다”며 “이들이 모두 통과하는데 사흘 반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수에즈운하의 사고 전 하루 80~90척의 배가 통과했다. 그러나 운하 측은 병목 현상 해소를 위해 24시간 운영에 들어갔으며 통행이 재개된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선박 113척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한편 에버기븐호는 수에즈운하 중간의 대기 구역인 그레이트비터 호수로 이동해 손상 상태를 점검했다. 이후 거의 일주일 만에 다시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첫 선박은 홍콩 선박인 ‘YM위시’호였다.
다만 아직 책임 소재가 확실하지 않고 심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만큼 혼란을 수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견해도 강하다. 이날 이집트 정부는 사고 책임이 선장에게 있다면서 선주인 일본 쇼에이기선에 모든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하 측은 이번 사고로 하루 1500만 달러(약 170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추산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운영사인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는 고객사에 “대기 선박들이 운하 통행을 마무리하는 데 6일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고지한 상태다. 현재 수에즈운하 내부에는 머스크 선박 3척이 갇혀 있고, 출입구에도 29척이 대기하고 있다.
글로벌 가구유통업체 이케아는 CNN방송에 “에버기븐호를 인양하는데 걸린 시간 만큼 공급망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며 “제품 확보를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 선박의 통행 완료까지 며칠이 소요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공급망 혼란은 수개월 지속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P몰러-머스크 측은 “운하가 다시 열리더라도 글로벌 부품과 장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하다”며 “운하가 막혔을 당시 이미 배송 중단이 몇 주에서 심지어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조짐이 있었다”고 우려했다.
인양 작업에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일부 선박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향했다. 이에 항행 기간이 수주 길어졌으며 하루 2만6000달러 이상의 연료비가 추가로 들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물류 대동맥이다. 통항 화물량은 2019년 기준 10억3119만 t에 이른다. 한국과 일본 등 극동 아시아를 목적지로 하는 화물량도 약 1억3000만 t으로 5년 전의 두 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