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들 ESG 기준 강화한다는데...한국은?

입력 2021-03-24 13:28 수정 2021-03-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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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CEO, 기업 리스크에 금리보다 ‘기후위기’ 더 많이 꼽아

글로벌 CEO의 절반이 강화된 ESG 기준을 도입하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이 파리기후 협약에 재가입하면서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이 빨라진다는 관측에서다. 올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도 앞뒀다. 국내에서도 급변하는 ESG 시장 흐름에 발맞춰 ESG 공시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CEO 절반 "ESG 기준 강화한다"

▲향후 3년간 기업 성장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리크스 요인을 묻는 말에 글로벌 CEO 10%가 '기후변화'라고 응답했다.  (자료제공=KPMG, ‘2021 KPMG CEO Outlook Pulse Survey’)
▲향후 3년간 기업 성장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리크스 요인을 묻는 말에 글로벌 CEO 10%가 '기후변화'라고 응답했다. (자료제공=KPMG, ‘2021 KPMG CEO Outlook Pulse Survey’)

24일 글로벌 회계ㆍ컨설팅 기업인 KPMG 인터내셔널이 전 세계 11개국 500명의 CEO를 대상으로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비즈니스 영향과 향후 3년간의 경제∙산업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전체 CEO의 49%가 보다 강화된 ESG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미 CEO의 96%는 ESG 프로그램의 사회적 요소에 집중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11개국 약 500명의 글로벌 CEO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여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 인도, 호주, 캐나다 등이다. 연간 매출 5억 달러가 넘는 기업 CEO들이 설문에 참여했다. 이 중 35%는 연간 매출이 100억 달러(약 11조 원)를 넘는 글로벌 기업 소속이다.

금리보다 ‘기후변화’ 선택한 CEO들
글로벌 CEO들은 '기후변화'를 금리 리스크를 뛰어넘는 리스크 요인으로도 꼽았다. 향후 3년간 기업 성장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리크스 요인을 묻는 말에 10%가 응답했다. 금리 이슈를 꼽은 응답율은 단 6%에 그쳤다. 이 밖에도 글로벌 CEO의 89%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기후 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움직임에는 미국의 파리기후 협약 재가입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국들이 파리기후 협약을 정책에 반영하면서 시장 생태계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으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또한,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들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세계 1위 투자기관인 '블랙록'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전 세계 기업 최고 경영자들에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연례 서한을 통해 적극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 바가 있다. 기후 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기업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경영진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빌 토마스 KPMG 인터내셔널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CEO들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을 변화해 주요 혁신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는 기업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평가하는 촉매제가 됐다”면서 “기후 변화 대응부터 다양한 지역사회 지원까지 코로나19 이슈로 많은 사람이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기업이 해야 할 역할도 훨씬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도 ESG 공시 이슈 대응해야"

▲2020년 국가별 ESG 비재무보고서 발간 비율. (전국경제인연합회, 삼정KPMG)
▲2020년 국가별 ESG 비재무보고서 발간 비율. (전국경제인연합회, 삼정KPMG)

전 세계적으로 ESG 기준을 강화하자 한국 시장도 발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SG 성과를 기업별로 비교하려면 객관적인 평가 지표도 필요하다. 이에 ESG 의무 공시 일정을 기존 2030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빠르게 성장하는 ESG 투자 시장을 쫓아가기엔 금융위의 현행안은 속도가 더디다는 취지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2006년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 스웨덴,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벨기에,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 ESG 공시규제를 도입했다. 이미 EU는 지난 2018년부터 근로자 수 500인 이상, 자산총액 2000만 유로(약 270억 원) 또는 순매출 4000만 유로(540억 원) 이상 역내 기업들에 대해 ‘비재무정보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TF’인 TCFD의 요구사항을 2025년 의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한 대부분의 조치가 2023년까지는 마무리될 예정이다. 프랑스 역시 ‘에너지 전환법’을 통해 상장기업, 은행, 투자기관 모두에 기후변화 관련 재무리스크를 연차보고서로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한국 자본시장은 ESG 정보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 매출 100대 기업은 모두 비재무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한국과 중국은 각각 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국가별 매출 100대 기업의 비재무보고서 발간율이 높은 나라(90% 이상)는 14개국으로 집계된다.

이미 각국의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ESG 공시 기틀이 마련했다. 2019년 기준 23개 증권거래소가 ESG 정보공개를 제도화했고, 47개 증권거래소가 ESG 정보 공개에 관한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제정했다.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ESG 공시 글로벌 동향과 우리기업 대응방향' 발표를 통해 "세계적으로 ESG 공시 보고서 발간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에서 ESG 정보공시의 중요성은 기업 및 정보이용자로부터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제공=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회책임투자업계에선 한국 자본시장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쫓아가기 바쁘다며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들어 ESG 의무 공시 일정을 기존 2030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기자는 의견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ESG 투자 시장을 쫓아가기엔 금융위의 현행안은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기업지배구조(G) 보고서 공시 의무화를 기존 일정보다 늦춘 2026년도를, 지속가능경영(E·S) 보고서 공시 의무화는 2030년도까지 목표로 했다. 즉, 지배구조(G)와 지속가능경영(E·S) 보고서를 통합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용우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은 다양한 ESG 관계자의 공시 요구와 국제적인 트렌드, ESG 투자 확대 속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ESG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공시제도의 의무화, ESG 분류 및 인증체계 등 인프라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 투자 의무공시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이라며 "중요한 ESG 정보를 투자자가 가장 많이 찾는 사업보고서에 수록하고 지속가능경영(E·S) 보고서 의무공시 일정을 지배구조(G) 보고서 의무공시 일정인 2026년에 맞춰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ESG 정보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국의 ESG 정보공시 의무화는 2025년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대비하지 못한 경우, 기업들의 공시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요 대안으로 △한국 시장에 맞는 ESG 텍소노미(분류 체계) △정부 차원 채권의 공급 다변화 △ESG 요소 발행자의 신용평가 반영 △ESG 채권 평가 △인증 문제에 수반되는 비용에 관한 정책 △인센티브 부여 등의 제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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