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수 높은 고급술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알코올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테킬라·보드카·리큐어 등 고급 증류주의 판매 속도는 주류 전체를 웃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외출 제한과 주점의 영업 제한으로 도수 높은 값비싼 주류의 소비가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소비자들이 집 안에서 고가의 증류주를 즐기거나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하면서, 고가의 술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되레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장기 휴가나 외출이 어려워진 고소득자들이 불어난 가처분소득을 값비싼 술을 사들이는 데 쓰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에드 맨디 미국 제프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류에 관해 ‘고급품으로의 대규모 전환’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에 틀어박혀 쇼핑도 삼가고 싶다면 맥주를 대량으로 사는 것보다는 스피릿 큰 거 한 병을 사는 게 더 편하다. 집에서 칵테일을 직접 제조해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브랜디를 코냑으로 바꾸는 등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술을 술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는 것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점도 구매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세계 최대 증류주 업체인 영국 디아지오는 지난해 테킬라의 판매가 전년 대비 80% 폭증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이반 메네즈 최고경영자(CEO)는 “맥주나 와인으로부터 증류주로의 이동이 코로나19로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디아지오의 북미 사업 책임자는 지난해 증류주가 일반 가정에 침투한 속도가 맥주의 3배, 와인의 2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증류주 대기업 페르노리카도 주요 판매 거점인 공항 및 역 구내 점포의 휴업에도 불구하고 제임슨, 더 글렌리벳 등 위스키 브랜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도수가 낮은 술을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칵테일이 인기를 끌었다. 하드셀처 등 구매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칵테일류는 지난해 시장이 확대된 유일한 주류 분야가 됐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이들 주류는 먼저 미국에서 유행하더니, 머지않아 영국과 중국 등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