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몽니’ 현실화하나…트럼프, 임기 두 달 남기고 국방장관 경질

입력 2020-11-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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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통해 해임 발표…대행에 밀러 대태러센터 국장
6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 군 동원 문제 두고 대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출구’ 팻말이 보인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출구’ 팻말이 보인다. 워싱턴/AP뉴시스
임기를 두 달여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마크 에스퍼는 해임됐다. 나는 그의 공직에 대한 봉사에 감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에스퍼 후임으로는 크리스토퍼 C. 밀러 대테러센터 국장을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인 밀러 대테러센터 국장이 국방장관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 밀러는 잘 해낼 것!”이라며 “이는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배했지만,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패배 이틀 만에 인사권을 휘두르면서 ‘눈엣가시’로 여겼던 인물들을 축출하기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을 떠나는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의 취임 때까지 국가안보를 위해 국방장관을 유지하는게 통상적이지만 이를 가뿐히 무시했다. 그리고 에스퍼 장관의 해임을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몽니’에 내년 1월 20일 퇴임 전까지 그의 적으로 간주되거나 대립했던 인물들이 해임되거나 줄줄이 해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사이가 틀어진 시점은 올해 6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군 동원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면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시위에 군을 투입해 진압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에스퍼 장관은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했다. 좀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를 들지 않아 ‘예스퍼‘(Yes-per)’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이후 그에 대한 경질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다. 지난 5일에는 에스퍼 장관이 사직서를 준비한 상태였다는 NBC방송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남은 임기 동안 에스퍼 장관의 경질을 시작으로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여겼던 현 내각의 핵심인물들이 줄줄이 쫓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전히 새로운 규칙 제정으로 대통령 권한의 전통적인 법적 한계를 왜곡시키는 등 초대형 후폭풍이 휘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우스웨스턴대학의 에밀리 시드너 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권력 누수)이 시작되면 행정 권한의 행사 능력에 대한 억제가 작용하기 어려워진다”며 “다시 유권자와 마주하게 될 일이 없어 트럼프에게 제동을 거는 것은 대통령에 어울리는 행동의 전통뿐인데, 이번 정권에서는 지금까지 그것이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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