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 (파이낸셜타임스, 2017년 5월)
“한국 정치인 부패 여전히 심각” (OECD, 2020년 8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이후부터 최근까지 주요 외신을 비롯한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주요 키워드는 일제히 ‘정치인 부패’로 쏠려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한민국, 특히 정치인 청렴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정치인들이 과거 이력과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 직무 연관성을 악용해 이해충돌을 일으킨 사례가 잇따르며 이 같은 인식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대 국회 때는 손혜원 의원이 공적 정보를 이용해 지역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 논란이 일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이었던 추혜선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은 후 피감기관인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을 맡으려다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이번 국회에서는 박덕흠 무소속 의원(전 국민의힘)은 물론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홍걸 무소속 의원이 남북 경협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이력과 해당 상임위 직무 연관성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 이력과 전문성을 반영해 상임위를 배정하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임위 배정 단계, 첫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자는 의미다. 통상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기 전 각 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전공, 전문성, 연임 여부 등을 고려해 상임위를 배정한다.
27일 이투데이가 20·21대 국회의원 상임위 직무연관성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20대 국회는 의원 3명 중 1명이 과거 이력과 직무 연관성이 있는 상임위에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 역시 의원의 5분의 1가량이 해당된다.
20대의 경우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 임원을 거친 A 의원, NHN게임스 대표를 지낸 B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감시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C 의원의 경우 산업은행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D 의원은 KT에서 각각 근무한 이력이 있다.
법조인 등 전문가 출신도 상당수 있어 관련 상임위에 배정된 의원 수도 적지 않았다. 20·21대 국회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판·검사 출신이 대거 포진돼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기자(방송, 신문) 출신이 여럿이다.
정부부처(피감기관)에 몸담았던 의원이 해당 상임위에 소속된 경우도 많았다. 이를테면 국토교통부 출신은 국토교통위원회에, 기획재정부 출신은 기획재정위원회에 소속되는 방식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엔 직무 연관성이 있더라도 강력한 형사처벌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 사실상 무분별한 이해충돌 사태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상임위 배정부터 전문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나라도 상당수 있다. 코트라(KOTRA) 워싱턴무역관이 발표한 ‘미국 연방의회 제도’에 따르면 미국은 상·하원의원의 상임위원회 배정에 전문성보다는 선임자, 지역 등을 고려해 전문성과 과거 이력 등에 따른 직무 연관성이 낮다.
영국 역시 전 의원이 주요 법안에 대한 심의에 참여해야 하는 전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의회가 돌아가고 있다. 전원위의 의안 부담을 다소 줄이기 위해 생겨난 상임위원회의 경우 의원들의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으며, 정당 의석 비율에 따라 선임된다.
전반적으로 대한민국 청렴도 수준도 높지 않은 편이다.
실제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매년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최근 20년간 평균 50점 미만이었다. 1995년 CPI 조사 시작 이래 1999년 3.8점(10점 만점)에서 지속적으로 점수가 올라갔지만 5점 대를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는 27위로 전년 대비 세 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채이배 전 의원은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하기 위해서는 원내대표 간 합의를 하거나 국회의장이 나서야 한다"면서 "우선순위 과제로 삼을 경우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