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 하반기 북미 픽업트럭 시장에 전격 진출한다.
2021년으로 예정했던 ‘25% 관세 철페’가 한미FTA 개정에 따라 20년 더 연장되자 이를 피해 현지 생산을 방향을 전환한 것. '도심형 크로스오버 픽업'을 앞세운 새 모델 '싼타크루즈'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간 4만 대 생산을 준비 중이다.
9일(현지시간)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겸 글로벌 최고운영 책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파운틴밸리 현대차 북미법인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애라배마 공장에서는 연간 약 4만 대의 소형 픽업트럭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 모델 싼타크루즈는 단순하게 또 하나의 ‘픽업트럭’이 아니다"라며 "포드 또는 GM의 전통적인 픽업트럭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 침체 속에서 3% 성장해=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판매량을 전년 대비 약 3% 끌어올리며 약진했다.
전체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기조인 이른바 ‘베어마켓’인 가운데 이뤄낸 실적이어서 고무적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에 따르면 지난해 총 68만8771대를 팔아 전년 실적(66만7634대)보다 판매실적을 3.2% 끌어올렸다. 2016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좋은 실적이다.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능력(약 30만 대)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국내 또는 멕시코 공장에서 현지로 수출된 물량이다.
지난해 약진의 배경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존재한다. 전체 판매의 약 46% 수준이었던 SUV 판매는 지난해 대형(현지 분류기준 중형) SUV 팰리세이드와 엔트리급 SUV 베뉴 등이 합류한 덕에 53%까지 상승했다.
호세 본부장 역시 이런 선전의 배경으로 "제품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미국시장에서 SUV 신차를 출시하며 제품군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라며 “배경에는 △싼타페와 △2019년 올해의 SUV를 수상한 코나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 그리고 △엔트리 SUV 베뉴 등이 고객의 요구를 충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에서 몇몇 완성차업체가 세단 판매를 등한시 하는 것에 반해 현대차는 한 단계 진보한 신형 쏘나타를 선보이는 등 세단 시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형 쏘나타에 대해 업계, 고객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제품 다양성을 성장의 배경으로 꼽았다.
◇SUV 제품 다양화가 점유율 확대의 배경=무엇보다 팰리세이드의 성공적인 발매를 높이 평가했다.
과거 현대차는 렌터카와 대량 도매판매 등에 집중됐으나 현재는 일반 소비자의 큰 인기에 힘입어 렌터카 판매는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을 만큼 인기가 상승 중이다.
호세 본부장 역시 이와 관련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성공적으로 발매한 신차 중 하나로, 현재 한 달 평균 5000대가량 판매되면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높은 인기로 인해 현재 공급 대수가 제약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더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매고객의 만족도가 높아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 전체가 SUV에 광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전체 판매의 50% 이상이 SUV와 픽업트럭에 집중돼 있고, 1대당 판매 이윤도 세단보다 월등히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드와 GM 등 터줏대감들 역시 세단을 속속 단종하고 해당 공장에서 SUV와 픽업을 생산 중이기도 하다.
반면 현대차는 맹목적인 SUV 및 픽업트럭 집중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반떼와 쏘나타 등 세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향후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시장 상황에 ‘제품의 다양성’을 앞세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호세 본부장 역시 이런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쏘나타의 존재 당위성이 여전히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세단은 여전히 현대차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여기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형 (8세대)쏘나타는 현대차 제품군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름 중 하나다”며 “최근 세련된 디자인과 스포티한 주행 성능, 최첨단의 사양을 갖춘 신형 모델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세단을 구매하는 수백만 명의 고객이 여전히 존재하고, 현대차는 고객들에게 최선의 선택권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심형 크로스오버 픽업 4만 대 생산 예정=새롭게 뛰어들 예정인 ‘픽업트럭’ 분야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년 하반기 첫 픽업트럭 출시, 규모는 연간 4만 대를 내다봤다.
그는 “싼타크루즈는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 딜러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연간 약 4만 대의 싼타크루즈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여느 트럭과 전혀 다른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지향했다고 강조했다.
호세 본부장은 “단순하게 또 다른 ‘픽업트럭’이 아니다”며 “미국의 전통적인 픽업트럭이 경쟁차종이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 사양을 제공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트럭으로 새로운 세그먼트의 정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4월 영입한 ‘호세 무뇨스’ 북미권역본부장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lobal Chief Operating Officer)를 겸한다. 앞서 르노-닛산의 전사성과총괄(CPO: Chief Performance Officer) 등을 영입해온,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글로벌 사업 운영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이제 현대차에 합류한 지 10개월째는 맞는 그는 “현대차에서 처음 직무를 맡을 당시 가졌던 내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며 “현대차는 자유 무역을 지지하며, 한미 양국 간 무역 협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국의 합의는 상호 유익하고 양국 간 경제 관계를 강화했으며, 특히 지정학 전략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