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9월께로 전망됐던 미국 금리 인상은 하반기를 지나며 다시 ‘12월 대세론’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로 내년까지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숨 가쁘게 금리인상을 대비하던 투자자들에게는 다시 한 번 투자전략을 재정비할 기회다. 금리인상을 대비한 펀드 투자처로 ‘뱅크론펀드’가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 밖에도 먹거리는 많다.
◇금리인상, 달러 자산에 투자해라=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기에 강세를 보일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금리인상의 단기적인 효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미국 경기의 점진적인 상승세를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달러 자산에 대한 대표적 투자방법으로는 뱅크론펀드가 꼽힌다.
13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설정된 뱅크론 펀드는 총 6개(사모펀드 포함)다. 이 중 지난해 설정된 5개 펀드로 올해 이후에만 3062억7600만원(2015년 10월12일 기준)이 들어왔다.
뱅크론 펀드들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2.13%로 같은 기간 채권펀드 수익률(2.38%)에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뱅크론이란 은행 또는 금융기관이 투자적격등급(S&P 기준 ‘BBB등급’) 미만의 기업에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 채권을 말한다. 이자수익은 변동금리로 3개월 리보(LIBOR) 금리에 연동해 제공한다. 따라서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뱅크론 펀드 수익도 함께 오르게 된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한국의 금리는 상승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시장의 평가”라며 “국내 저금리와 달러 강세로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미국 뱅크론에 투자하는 펀드나 미국에 상장된 뱅크론 ETF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뱅크론펀드의 자금 흐름과 수익률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 이에 오히려 저평가 시점에서 내년 금리 인상을 대비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 출시된 뱅크론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신한BNPP시니어론사모특별자산1’(대출채권)에서는 지난 1개월간 28억4900만원이 빠져나갔고 전체 자금 흐름에서도 25억5900만원이 유입되는 데 그쳤다. 평균 수익률도 소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유명세를 탄 뱅크론펀드에 이어 달러ELS와 환노출펀드도 인기다. 달러ELS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지수형ELS에 달러를 넣어두고 초과 수익을 얻도록 한 것이다. 연 3~4%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에는 달러ELS를 비롯해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달러화 자산이 각각 1000억원, 3200억원 이상 증가할 만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환노출펀드도 강달러로 인한 환차익 효과에 의해 환헤지펀드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자)H(주혼)Cf’와 ‘삼성미국다이나믹자산배분(자)UH(주혼)Ce’의 경우 같은 포트폴리오를 사용하면서 전자만 환헤지 전략을 쓰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4%포인트 이상 갈렸다. 환헤지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5%인 반면 환노출 펀드는 2.57%의 수익률을 냈다.
◇불안정한 인상시기, 일본·선진국 배당주로 ‘헤지’= 미국 금리인상 시기까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더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로의 ‘헤지’가 요구된다. 특히 올해 미국과 유럽보다 꾸준한 실적을 내는 일본 주식시장과 선진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배당주 펀드 등이 투자처로 추천된다.
연초 이후 일본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7.13%로 같은 기간 유럽 주식(7.57%)과 비슷했고 미국 주식(-1.62%), 중국 주식(-5.63%)에 비하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지난 1개월 수익률은 3.23%로 유럽 주식 수익률(2.07%)을 앞섰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본 펀드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자국 통화 완화 정책 기대감이 맞물려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일본은 자동차 업종의 펀드 구성 비중이 크기 때문에 TPP 타결도 단기적이지만 일본 펀드에는 호재”라고 분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 운용역은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해외 투자를 원하지만 안정성향이 강한 투자자는 배당주를 중심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며 “특히 선진국 내에서 이미 배당수익률이 높은 대형주 외에 중소형주로, 덩치가 너무 커진 펀드보다는 다소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는 펀드를 고른다면 안정성뿐 아니라 수익률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