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치료제 시장의 특허 만료가 올해 잇따라 풀리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제네릭 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처방액 규모가 큰 품목들이 대상인 만큼 제네릭 시장을 선점하려는 제약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먼저 특허가 만료되는 치료제는 릴리의 ‘알림타(성분명·페메트렉시드)’다. 알림타는 폐암 치료제로, 주로 비편평상피세포폐암(내세포 폐암) 환자에게 처방된다. 2013년 기준 처방액 규모가 400억원대에 달하며, 오는 5월 특허가 만료된다.
이어 특허가 만료되는 치료제는 화이자의 ‘쎄레브렉스(성분명·쎄레콕시브)’다. 소염진통제인 쎄레브렉스는 관련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3년 처방액 규모는 600억원대다. 쎄레브렉스는 같은 계열 경쟁 품목인 바이옥스가 심혈관계 질환 위험으로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오는 7월엔 국내 대표 제약사인 동아에스티의 블록버스터 품목인 ‘스티렌’의 특허가 풀릴 예정이다. 위염치료제인 스티렌은 동아에스티가 야심차게 개발한 천연물신약으로 국내 제약사 중에선 드물게 처방액 600억원대를 기록한 품목이다.
특히 스티렌은 조건부 급여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2013년 12월까지 위염 예방 효능에 대한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결과를 제출해야 했지만, 기한을 맞추지 못했던 탓이다. 보건복지부와 동아에스티는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이에 국내 제약업계에선 스티렌의 특허가 만료되는 오는 7월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오는 9월과 10월에는 릴리의 ‘시알리스(성분명·타다라필)’, BMS의 ‘바라쿠르드(성분명·엔터카비르)’ 특허가 잇따라 만료된다.
시알리스는 국내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으로 2013년 처방액 규모도 400억원대다. 최근 환자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해피드러그(Happy Drug)’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많은 제약사들의 주요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BMS의 B형 간염치료제인 바라쿠르드는 올해 특허 만료되는 오리지널 약품 가운데 처방액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기준 1600억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품목으로 2013년 특허 만료된 치료제 시장 규모인 1500억원을 웃돈다.
올해 대형 치료제들의 잇따른 특허 만료로 국내 제약사들의 몸도 한껏 달아오른 상태다. 이미 특허 도전을 통해 소송전을 펼치는 제약사들도 있을 정도로 올해 제네릭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최근 리베이트 투아웃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경쟁 과열로 리베이트 사건이 재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일각에선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 차이가 크지 않아 예전에 비해 제네릭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시장 과열로 제약사들 사이에서 리베이트 행위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제약업계는 최근 전체적으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강화하고 있어 예전보다 후폭풍은 적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대형 치료제들의 제네릭 시장인만큼, 국내 제약사들로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