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가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는 쪽으로 입장 변화를 시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교리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와 이혼, 피임 등의 사안에 정죄 대신 이해의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입장으로 ‘혁명적 변화’라는 평가다.
주교 시노드라고 불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예비보고서에서 동성애자에게도 은사(恩賜)가 있으며 교회가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혼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도 존중받아야 하고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동거하는 신자들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는 이혼하거나 재혼한 신자가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가장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피임에 대해서도 신자 상당수가 교회의 금지방침에 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유화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예비보고서가 공개되자 동성애 단체는 물론 교계 안팎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동성애 권리보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채드 그리핀 회장은 “이번 보고서는 어둠 속의 광명이다. 가톨릭의 지진 같은 입장 변화”라며 환영했다.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는 “동성애자에 대한 가톨릭의 충격적인 변화”라며 “주교 시노드가 신자들의 복잡한 현실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자비로 이들을 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 내 보수파는 보고서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대주교인 티모시 돌란 추기경은 “보고서는 단순히 초안일 뿐이며 최종 결론까지는 논의할 것이 많다”고 깎아내렸다. 스타니슬라프 가덱키 폴란드 추기경은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