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뮤지컬 배우 방미홍입니다. 저는 최근 인기리에 막 내린 뮤지컬 ‘시카고’(제작 신시컴퍼니)에서 키티 역을 맡아 앙상블 배우로 관객 여러분과 만났습니다. 남편, 애인을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뒤 스타와 다를 바 없이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벨마(최정원)와 록시(아이비). 저는 이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죄수 키티로 분했지요.
앙상블 중에서도 대사가 존재하는 키티 역을 위해 걸맞은 목소리 톤과 동작을 따로 연구했습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 연출가의 조언에 따라 앞부분에서는 패리스 힐튼처럼 귀엽고 가녀린 여자로 보이려고 했고요. 반면 끌려 나가는 최후를 맞이할 땐 흥분 상태에서 최대한 제 존재를 잊고 강하고 거칠게 보이고자 했지요. 2012년부터 지난 3년 동안 ‘시카고’에서 스윙, 오나, 헝가리 죄수 후냑 역을 맡아온 저로서는 비중이 늘어난 키티 역을 잘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춤을 좋아하는 제겐 아무나 할 수 없는 ‘시카고’, 아무리 춤을 잘 추는 배우라도 쉽게 설 수 없는 ‘시카고’는 꿈의 무대였으니까요. 길지 않은 4년 차의 배우 생활 동안 가장 기쁜 순간은 역시 ‘시카고’의 오디션에 합격 통보를 받았던 때랍니다. 중학교 때까지 발레를 한 저는 무작정 춤이 좋았고, 이후 모든 장르의 춤을 배우고파 도전했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해 춤을 출 수 있는 무대가 좋아 뮤지컬 배우가 됐지요.
그동안 오디션이라면 자신만만했던 저이지만, ‘시카고’의 오디션은 높아만 보이는 벽이었습니다. 당시 27세이던 저는 ‘과연 내가 30세 이상이 내야 하는 성숙하고 요염한 취향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었지요. 너무 잘 하는 분들이 많아 기대를 안 하던 차에 서울예술단 소속으로 연습을 하던 도중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름대로 쌓아온 뮤지컬 오디션의 비결 덕분일까요.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주인공이다’, ‘내가 제일 잘 한다’라는 자신감과 심사진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실수 할 수도 있다’는 여유를 갖고 오디션을 보는 것이랍니다. 무대 위 뜨거운 시선을 즐기는 전 언제나 관객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