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홍콩에서 1일(현지시간) 나흘째 이어졌다. 신중국 건국 65주년 기념일(국경절)인 이날 10만명 이상(주최자 추정)의 시민이 모여 민주선거 요구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달 28일 점거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학생 시위를 이끌고 있는 17세의 조슈아 웡 등 시위대 수백명이 이날 오전 국경일 국기게양식이 거행된 완차이 골든보히니아 광장에서 국기게양대에 등을 돌린 채 노란 리본을 묶은 손을 엑스(X)자로 교차하는 등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렁 장관은 이날 국경절 기념식에서 “이상적인 개혁안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며 “그러나 보통선거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다”며 중국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시위는 더 격화할 조짐이다. 2일은 ‘중양절’이어서 연휴가 이어진다. 학생단체 대표는 홍콩 최고지도자인 렁춘잉 행정장관이 2일 사임하지 않으면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밤 행사에서 “우리는 흔들림 없이 ‘일국양제’방침과 기본법을 고수할 것”이라며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의 근본 원인에는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서민 생활 불안정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포춘은 최근 기사에서 홍콩 젊은 세대들은 정부가 서민보다 재계 인사나 억만장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를 쌓아왔다고 지적했다.
홍콩 집값은 지난 2009년 이후 두 배 이상 뛰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11년 0.537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은 물론 홍콩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 빈부격차가 극심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홍콩 전체 인구 중 약 20%에 달하는 130만명이 빈곤층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