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가 이끄는 일본 3위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미국 애니메이션 명가이며 ‘슈렉’ 등 인기 작품을 보유한 드림웍스애니메이션SKG 인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주당 32달러, 총 34억 달러(약 3조5500억원)의 인수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림웍스 이사회는 지난주 인수 제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인수가 이뤄지면 소프트뱅크는 소니에 이어 할리우드 필림 스튜디오를 보유한 두 번째 일본회사가 된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그룹홀딩 기업공개(IPO)로 대박을 터뜨렸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 가치는 700억 달러가 넘는다. 회사는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를 자회사로 둔 가운데 미디어 부문 투자를 모색해 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드림웍스도 더 큰 기업의 산하로 들어가 배급 과정에서 협상력을 강화하고 아시아시장 진출 확대를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드림웍스는 지난 2012년 중국 3개 업체와 손잡고 현지 합작사인 오리엔털드림웍스를 세웠다. 드림웍스는 오리엔탈드림웍스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16년 ‘쿵푸판다3’를 개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인수는 손정의와 애니메이션의 거장 제프리 카젠버그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카젠버그는 20년 전 데이비드 게펜,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드림웍스를 설립했으며 지난 2004년 애니메이션 부문을 분사시켜 상장했다. 게펜과 스필버그는 드림웍스의 실사영화 부문을 맡고 있으며 여전히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의 투자자로 남아있다.
드림웍스는 최근 잇따른 흥행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1억2230만 달러 매출에 순손실은 154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회사 주가는 37% 하락했다. 카젠버그가 소프트뱅크와 인수 논의를 벌이고 있으며 최소 5년 이상 남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 등 아시아 기업들은 최근 미디어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는 프랑스 비벤디로부터 유니버셜뮤직을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쿠투더우에 투자했으며 지난 7월 라이언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푸싱그룹과 DMG엔터테인먼트 등 중국기업은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 입장에서는 드림웍스가 미국 4위 이통사 T-모바일US 인수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