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5)의 위대한 기록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태환은 26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며 아시안게임 개인 통산 20번째 메달을 챙겼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은 없었지만 그가 남긴 감동의 기록은 한국 스포츠사에 영원히 남을 듯하다.
그의 첫 도전은 21일 자유형 200m에서 시작됐다. 박태환은 일본 하기노, 중국 쑨양과 함께 결승에 올라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은 50m 지점을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100m 지점에서 쑨양에게 선두를 내줬고 마지막 레이스에서는 하기노에게 2위 자리까지 내주며 동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박태환의 도전은 계속됐다. 22일 열린 남자 계영 800m에 도전한 박태환은 이번 대회 두 번째 동메달을 따냈다. 개인 통산 16번째 메달이었다.
자유형 400m에서는 라이벌 쑨양과 다시 한 번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박태환은 쑨양을 잡지 못했다. 쑨양은 압도적 기량으로 금메달을 가져갔고, 복병 하기노는 은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이번에도 동메달에 만족했다.
박태환의 위대한 도전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남자 계영 400m 결승에서 네 번째 동메달을 따냈고, 25일 열린 자유형 100m 결선에서는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번 대회 5번째 메달이자 개인 통산 19번째 메달이었다.
그리고 26일에는 남자 자유형 1500m 패스트히트에 출전, 4위에 머물었다. 단 하나의 메달만 추가해도 아시안게임 개인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우는 박태환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그러나 박태환은 1시간 남짓 휴식을 취한 뒤 이번 대회 경영 마지막 종목인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 출전, 다시 한 번 동메달을 따내며 통산 20번째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그의 도전은 위대했다. 6일간의 도전에서 무려 3000m를 역영했다. 국내 수영의 열악한 인프라 탓에 여러 선수가 분할해서 출전했어야 했지만 박태환은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했다.
경기를 마친 박태환은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이 응원해준 덕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겸손하기까지 했다. 그가 남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니 깨지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 박태환은 영웅이지만 온 국민의 기대감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박태환도 어느 덧 스물여섯이다. 박태환이 없는 한국 수영을 생각할 때가 된 것이다. 암담하지만 곧 다가올 미래다. 그가 남긴 6일 간의 기록에 마냥 행복한 미소만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